'아차' 순간 다 탄다…마른 날씨·강풍에 전국 산불 경보
담뱃불·산 주변서 소각하다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최근 4년간 산불로 여의도 10배 산림 '잿더미'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이 바짝 마른 날씨를 보이는 데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담배꽁초 같은 입산객 실화이거나 산 주변에서 소각행위 때문에 불이 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
◇ 건조한 날씨 속 강풍…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지난 2일 오후 3시 18분께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교 뒤 운봉산 2분 능선에서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다.
불은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했다.
불씨가 바람에 날려 수십 m를 이동하는 '비화' 현상으로 첫 발화지점에서 수백m 떨어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강풍에 따라 불길은 동쪽으로 움직였고 운봉산을 넘어 부산 기장군 철마면 고촌리 개좌산으로 빠르게 번졌다.
소방당국이 헬기 17대와 3천여 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여러 방향에서 산발적으로 부는 바람에 거센 산불을 꺾지는 못했다.
이날 낮 불에 탄 산불만 5ha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저녁 해가 지면서 헬기는 진화작업에서 철수했고, 완전히 꺼지지 않은 산불은 서서히 번져나갔다.
이튿날인 3일 새벽 산불 피해 추정 면적은 13ha로 늘어났다.
해가 뜨자마자 헬기 18대가 산불이 번지는 운봉산 정상과 능선을 집중적으로 진화해 3일 오전 큰 불길이 잡혔다.
이틀간 이어진 화재로 잿더미로 변한 산림만 20ha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인근 주면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다.
3일 오후 7시 52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1리 야산에서 불이 났다.
포항시와 소방당국은 소방차 16대 등 장비 55대와 인력 2천400여 명을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여 화재 발생 12시간여 만인 4일 새벽 큰 불길을 잡았지만, 산림 3ha가 잿더미로 변했다.
한때 불길이 민가 주변까지 번져 소방당국이 민가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기도 했으며, 시는 산불이 난 야산 주변 마을 주민 40여명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4일 오후 2시 45분께 강원 인제군 남면 남전리 약수터 인근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초속 6∼7m의 강풍을 타고 계속 확산 중이다.
불이 나자 산림 당국은 산림청 등 진화 헬기 3대와 진화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바람이 거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제군은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민가 쪽으로 확산하자 남전리 인근 주민에게 대피 안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 4년간 산불로 여의도 10배 '잿더미'…대부분 실화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산불로 여의도 10배에 해당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월∼이달 3일 전국에서 산불 556건이 발생했다.
피해 추산면적이 유동적이지만 555만9천여㎡가 불에 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90만여㎡인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배에 가까운 면적이다.
2018년에는 993건의 산불로 709만8천여㎡, 2017년 1천467건 1천366만7천여㎡, 2016년 1천321건 444만6천여㎡ 가 불에 탔다.
이들 피해면적을 합산하면 3천77만1천여㎡로 여의도 면적의 10.6배에 해당한다.
20ha에 이르는 부산 운봉산 화재 원인도 실화일 개연성이 높다.
최초 발화지점이 운봉산 아래 경작지고, 산불이 농산물 폐기물을 소각하던 중 발생했다는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산불은 대부분 입산객 담뱃불이나 산 주변 농민의 소각이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산불 원인은 크게 실화나 방화로 나뉘는데, 대부분 담뱃불이나 무분별한 소각 등 실화인 경우가 많다"면서 "산 입구에서 등산객이 라이터 같은 화기를 소지했는지 점검을 강화해야 하고, 산 주변 논이나 밭에서 빈번한 소각행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부산과학기술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산불을 막는 데는 시민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관측이 용이한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드론을 띄워 초기에 화재를 인지해 진화작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무선 이재현 차근호 오수희 기자)
osh998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