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언론자유 억압 정치권력 없지만 언론에 국민신뢰 안 높아져"
취임후 신문의날 축하연 첫 참석…"언론자본·광고자본·진영논리 등 제약요인 여전"
"가짜뉴스 확산, 신뢰저하 심각한 도전…클릭수 탓 자극적 기사 많아"
"이제 정권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국민 목소리 대변해야 존경받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이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고, 정권을 두려워하는 언론도 없다"며 "많은 해직 기자들이 일터로 돌아갔지만, 언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다시 높아지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같이 언급한 뒤 "진실한 보도, 공정한 보도, 균형 있는 보도를 위해 신문이 극복해야 할 대내외적 도전도 여전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방송의 날 축하연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 간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국민이 참담하게 바라봐야 했다면서 '오로지 국민 편에서의 공적 책임에 대한 성찰'을 역설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신문이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3가지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첫째,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며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로 인정받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PFI)에서 한국은 2006년 31위를 기록했지만 2009년 69위, 2016년 70위로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3위, 2018년 43위로 회복하고 있지만 정치권력 외에 언론자본과 광고자본, 사회적 편견, 국민을 나누는 진영논리, 속보 경쟁 등 기자 양심과 언론 자유를 제약하는 요인이 아직도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언론 자유는 결코 쉽게 오지 않았다"며 "신문과 신문인은 참으로 어려운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문을 압수하거나 정간·폐간시키는 일제와 싸웠고, 보도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기사에 빨간 줄을 죽죽 그었던 독재와 싸웠다"며 "백지 광고로 저항하고 수백명의 기자가 한꺼번에 해직당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신문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가고 진실·정의의 편에서 신문인의 양심을 지켜온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언론 자유를 통해 민주주의·인권·정의·평화가 커갈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둘째, 신뢰에 대한 도전"이라며 "나날이 발전하는 정보통신 환경은 정보의 유통속도를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여줬지만 동시에 허위정보와 가짜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신문과 신문인에 대한 신뢰는 물론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이라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셋째, 공정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민 10명 중 8명은 모바일로 뉴스를 접할 정도로 신문을 펴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켜는 게 익숙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문사 입장에서는 누가 먼저 보도했는지, 어느 신문사의 클릭 수가 많은지가 중요해졌다"며 "이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 깊이 없는 보도가 많아지고
완성되지 않은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종이신문 구독률·열독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언론환경일지 모르지만 전통적인 신문 역할에 대한 국민 기대는 줄지 않았다"며 "뉴스를 이용하는 공간은 인터넷이지만 인터넷으로 신문사가 제공하는 뉴스를 읽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신문 위기를 말하지만, 신문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양심의 자유는 언론 자유의 토대다. 신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양심의 자유를 누릴 때 신문도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때 신문은 존경받는다"며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럴 때 국민 이익이 커지고 대한민국이 강해진다"며 "신문과 신문인이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스스로 혁신해 나간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 않고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문은 우리 사회의 거울이며, 국민과 국가의 힘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국민과 정부의 목표, 신문의 목표가 따로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신문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고 신문이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대변할 때 사회가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한다"며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신문이 국민과 함께 역사의 질곡을 헤쳐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 공정하고,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혁신적 포용 국가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가 되어달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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