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인문사회 연구 '심폐소생'…교수 아닌 박사도 지원한다
정부, 학술생태계 활성화 나서…과학기술 개발 시 사회적 영향도 분석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앞으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했지만 아직 대학교수가 되지 못한 박사급 연구자도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큰 과학기술을 개발할 때는 인문사회계열 전문가가 참여해 법적·윤리적·사회적 파장을 미리 연구한다.
4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인문·사회계열 학문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기업에서 점차 인문사회계열을 외면하고 있어 학문 후속 세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 수는 2007년 1천467개에서 2017년 1천259개로 10년 사이에 14.2%가 줄었다. 2016년 박사 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을 보면 공학 계열은 87.3%였던 반면 인문계열은 50.9%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대학 중심의 연구비 지원에서 정책 방향을 전환해, 대학에 속하지 않더라도 학문 후속 세대가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학술생태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우선 현재 정부가 비전임 연구자를 지원하는 박사 후 국내 연수, 학술연구 교수, 시간강사 연구지원 등 3가지 사업을 '인문사회 학술 연구 교수'로 통합하고, 지원 규모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대학에 소속돼있거나 대학의 추천을 받아야 지원할 수 있지만, 소속이 없는 박사급 연구자도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바꾸기로 했다.
지원에 따른 성과 관리를 기존에는 논문 중심으로 평가했으나, 대학 바깥에 있는 연구자의 다양한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저서·역서 출간 등 대외활동의 점수 비중을 확대한다.
대학가에도 인문사회계열 연구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대학 내 인문사회연구소를 현재 227곳에서 3년 뒤 300곳 수준으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우수 연구소는 큰 탈락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최장 20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
내년에는 '인문사회연구자지원센터'를 신설, 인문사회 분야에서 강연·교육·출판 등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 성공사례를 발굴해 지원한다.
과기부는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할 때 해당 기술이 법적·윤리적·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하는 '인문사회 분석(ELSI·Ethical, Legal, Social Implication)'을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는 우선 5억원 이상 투입되는 과제에 ELSI를 권장하고, 내년부터는 연간 100억원 이상 투자되는 연구 과제에 ELSI를 일정 비율 반드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교육부·과기부는 함께 '과학문화 아카데미'를 신설해, 인문사회 계열 전공자가 과학 분야의 소양을 쌓아 인문과 과학을 모두 다룰 수 있는 전문 커뮤니케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가적·사회적 문제에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제안할 연구소를 국가가 과제를 하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대학 연구소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인문자산을 발굴·연구하는 '인문도시 사업'도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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