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향한 관중 인종차별보다 분노 자아낸 '50-50' 발언
유벤투스 켄의 인종차별 피해 이후 동료 보누치 "켄도 책임 있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탈리아 축구 신성 모이세 켄(유벤투스)이 상대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 조롱을 받은 후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탈리아보다는 이탈리아 바깥에서, 그리고 인종차별을 한 관중이 아닌 관중을 두둔한 동료 선수에게 비난이 집중됐다.
코트디부아르 이민자 가정 출신의 19세 흑인 선수인 켄은 지난 2일(현지시간) 칼리아리와의 세리에A에서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켄과 블레즈 마튀디 등 흑인 선수들을 향해 경기 내내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원숭이 소리가 쏟아졌는데, 켄이 득점을 하고 상대 관중을 향해 양손을 뻗는 세리머니를 한 후 반응이 격해졌다.
유색인종 선수를 향한 인종차별은 유럽축구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일이지만 분노를 키운 것은 켄의 동료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발언이었다.
보누치는 경기 후 "50-50의 책임이 있다"며 "모이세는 그렇게 (세리머니를) 해서는 안 됐고, 칼리아리 팬도 그렇게 반응해선 안 됐다"고 양비론을 폈다.
유벤투스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도 인종차별을 한 관중을 찾아내 출입금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켄이 그렇게 세리머니를 해서는 안 됐다"고 덧붙였다.
보누치의 '50-50' 발언은 곧바로 뭇매를 맞았다.
인종차별에 목소리를 높여온 잉글랜드 라힘 스털링(맨체스터 시티)은 인스타그램에 보누치의 발언을 언급하며 "웃음밖에 안 나온다"고 썼다.
네덜란드의 멤피스 데파이(리옹)는 보누치를 향해 "당신 반응에 실망했다. 가만히 침묵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오 발로텔리(마르세유)는 켄의 인스타그램에 "내가 거기 없다는 게 보누치는 다행인 줄 알아라. 널(켄을) 감싸지는 못할망정 그런 말을 했다고? 정말 충격이다"라고 썼다.
유벤투스 출신의 파트리스 에브라나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도 켄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보누치는 이후 인스타그램에 "어떤 경우든 인종차별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올리며 수습했다.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해외 주요 언론이 켄의 인종차별 피해와 보누치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큰 논란이 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이탈리아축구협회나 세리에A, 칼리아리와 유벤투스 어느 곳도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지 않았고, 현지 언론들도 "일부 제한적인 야유" "야유보다 많은 휘슬" 등의 표현으로 사건을 축소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발로텔리는 과거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내가 뛰어본 어느 나라보다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