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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외곽서 집시 이주 반대하는 폭력시위 분출…극우당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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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외곽서 집시 이주 반대하는 폭력시위 분출…극우당 앞장
당국 "시위참가자, 기물파손·협박 등 혐의로 조사 착수"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 시 당국이 집시 약 60명을 도시 외곽의 공공수용 시설에 이주시키려 하자, 이곳 주민 수백 명이 집시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차와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는 등 폭력 시위를 벌여 눈총을 받고 있다.


3일 일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동부의 저소득층 거주지인 토레 마우라 지역의 주민 약 300명은 2일 오후 집시들의 이주를 막기 위해 공공수용 시설의 입구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시 당국이 어린이 33명, 임산부 3명이 포함된 집시 60명 남짓을 토레 마우라의 공공수용 시설로 데려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설 인근의 쓰레기통을 뒤엎고, 차량에 불을 지르며 불만을 표출했다.
카사파운드, 포르차누오바 등 파시즘을 추종하는 극우정당 주도로 조직된 이날 시위에서 일부 주민들은 집시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샌드위치 등 음식물을 실은 차량을 습격해 발로 밟는 등 음식을 망가뜨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은 "집시들은 굶어 죽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집시에 대한 증오를 표출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격렬한 반발에 직면한 로마 시 당국은 3일 이들 집시를 결국 다른 곳으로 분산 이주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당국이 폭력 시위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일자 "토레 마우라 지역의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는 집시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카사파운드의 대표인 주세페 디 실베스트레는 "로마 시의 결정은 우리의 큰 승리"라면서 "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민들과 함께 다시 거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 검찰은 전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 기물파손과 협박 등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가중처벌 요소인 인종 간 증오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6월 취임 직후 집시에 대한 인구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천명해 위법 논란을 빚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폭력 시위를 비판하면서도 "도시의 외곽에 문제를 떠넘기는 것에도 반대한다.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집시 정착촌을 없애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는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살비니 장관은 집시가 노동보다는 범죄를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등 그동안 집시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그는 작년 7월에는 유럽연합(EU)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로마 시와 손잡고 약 400명이 생활하던 로마 북부의 집시 캠프 철거를 감행하기도 했다.



한편, 이탈리아 내의 집시 인구는 13만∼17만 명에 달하며, 이들 가운데 약 절반은 이탈리아 국적을 가진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루마니아와 보스니아, 세르비아 등 발칸반도 출신인 이들은 대개 로마를 비롯한 대도시 외곽의 불법 정착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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