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금융허브 분산하면 혁신성장 차질 우려"
국책은행 지방이전안에 금융권서 반대론…"자본·인력 서울 집중해야"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최근 국책은행 등 금융허브를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혁신성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과 금융투자업계, 중소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과 3대 국책은행(산업·수출입·기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과 한국거래소 지주회사 설립과 부산 이전 등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은행권과 금융투자회사들은 '금융 분산'이 현실화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정책이 조기에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기업이 성장하려면 자본시장에 돈이 집중되고 제때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허브가 분산되면 미국, 중국 등 해외처럼 빠른 속도의 혁신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 관계자도 "거래소 지주회사를 설립해 부산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에는 자본시장 시스템 운영 자회사인 코스콤과 증권사들까지 내려가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며 "고객과 투자자들, 자본시장 주체들이 모두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런 방안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성명에서 "본점 부산 이전 등 주장에는 조금의 합리적인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지역 이기주의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대했다.
전문가들도 혁신성장과 금융허브 분산은 '엇박자 전략'이라며 가세했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혁신성장을 하려면 자원과 정보가 집중될 수 있는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있고 돈이 집중돼야 한다"며 "자본과 자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실물 지원 기능이 있는 금융이 여기저기 흩어진다면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자본시장 규모 자체가 매우 열악해 현재 국내 6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은 90% 이상의 자본을 해외에서 끌어왔다.
금융중심지 정책은 2003년 국정과제로 채택됐으나 여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제2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거래소·기술보증기금·예탁결제원·주택금융공사·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이 '강제이전'된 게 전부다.
지난해 9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서울은 33위, 부산은 44위에 그쳤다. 중국 베이징(8위)·광저우(19위)·칭다오(31위), 일본 오사카(22위), 대만 타이베이(32위)에도 못 미친다.
장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 등 금융 선진국에서도 금융허브가 2곳 이상인 국가는 찾기 힘들다"며 "금융 도시 서울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금융자원 분산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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