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경 폐쇄 으름장에 난감한 멕시코 대통령
"다투기 싫다"지만 점점 더해가는 압박에 대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협박에 가까운 으름장을 놓음으로써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이번 주 국경 전체 또는 대부분을 폐쇄할 것이라며 "농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멕시코의 남부 국경은 3천200km에 달한다.
불법 이민 문제에 관해 반복되는 트럼프의 자극적인 발언에 대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중미 지역의 치안을 개선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가 근본 대책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맞대응을 자제해왔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트럼프와 다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사랑과 평화'를 거론하며 이민을 억제하겠다는 평소 발언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른바 '특검 굴레'에서 벗어난 트럼프가 자신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국경 장벽 건설을 포함한 불법 이민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섬으로써 로페스 오브라도르를 점점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트럼프는 멕시코가 중미 이민자의 불법 이민을 돕는다는 취지의 말을 자주 하고 있지만,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 반박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이민 문제는 미국과 해당 지역(중미 국가) 간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말을 했다. 미국과 문제 국가들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기 싫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이민자들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인도주의적 비자'를 발급하는가 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중미 이민자들을 추방한 숫자가 연초보다 17%나 줄어든 것은 트럼프의 비위를 거스르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좌파 대통령이면서 부의 재분배와 부패 척결을 내세우는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정치적 성향과 그의 정책 기조도 트럼프와 배치되기 때문에 불법 이민 문제는 충돌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지난달 국경 장벽과 관련, 미국의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호르헤 카스타네다 전 멕시코 외교장관이 평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최상의 외교 정책은 국내 정책'이라는 지론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멕시코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물론 대외 수출의 80%를 미국에 의존, 전적으로 미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만약 미국이 국경 폐쇄를 강행하면 멕시코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카스타네다는 전망했다. 미국에는 그것이 '성가신 일'이지만 멕시코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카스타네다는 트럼프가 많은 나라를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를 다룰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로페스 오브라도르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경고했다.
한편, 멕시코 경제부 차관 루스 마리아 델 라 모라는 트럼프의 으름장을 '선거용'으로 평가하면서 "국경 폐쇄는 결코 좋은 생각은 아니고,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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