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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물도 없다"…베네수엘라 성난 민심에 '전력배급' 실시
휴교령 연장·근무시간 단축도…대정전 사태에 전국 곳곳서 시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초인플레이션의 경제난 속에 대정전 사태까지 겹친 베네수엘라에서 정부가 전력 공급을 '배급제'로 운영하고, 근무시간과 학교 수업시간마저 단축하는 비상대책을 내놨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대정전 사태 해결을 위해 30일간 전력 배급제를 실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 방송 연설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전력 배급 조치가 정전으로 인한 단수, 통신 두절 등의 사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0일 전력배급 계획 외에 휴교령 연장, 근무시간 단축 등의 조치도 함께 내놨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부 장관은 이날 국영 VTV에 출연,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내려진) 휴교령을 연장하고. 공공·민간사업체 근무시간도 오후 2시까지로 단축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로이터 제공]
앞서 지난달 7일 베네수엘라의 발전소 배전 설비 등이 고장 나면서 전국 23개 주 중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19개 주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1주일 뒤 복구된 '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그 뒤 약 2주 만인 지난달 25일부터 다시 정전이 간헐적으로 이어져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주말을 맞은 이날 카라카스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전역에서는 정전과 이로 인한 단수 등 지속적인 공공서비스 중단에 대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카라카스 도심에서는 성난 시위대가 마두로 대통령에게 이 사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대통령궁 인근에 몰려들었다.
몇몇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돌을 든 채 타이어와 통나무 등으로 만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였다.
인근 주민들도 깃발을 휘두르고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가세했다.
노점상 요프레 가메즈(32)는 "우리는 스무일 하고도 며칠간을 더 물 없이 지냈다"며 "그들(정부)은 두 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하다 밤에는 중단해 버리고. 다음날 다시 30분 켜 주고 또 끊어 버린다. 진절머리가 난다"며 분노를 터트렸다.



한때 부촌이었지만 이젠 정전 다발지역인 카라카스 내 로스 팔로스 그란데스 지역에서 시위에 가담한 변호사 호아킨 로드리게스(54)는 "전국적인 대정전이 또 한 번 우리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리에겐 물도, 빛도, 인터넷도 없고 휴대전화도 작동하지 않는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엉망"이라고 AF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시위에서는 친정부 세력이 시위대에 발포해 한 여성이 다쳤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중북부 카라보보주에서도 시위대가 길을 막고 타이어를 불태우는 등 비슷한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다.
마두로 정권은 이번 정전 원인을 수력발전 댐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미국과 야권이 합작한 해킹 공격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야권과 많은 전문가는 전력 생산시설이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당시 국영화된 뒤 10년 넘게 이어진 무능과 부패로 투자가 부족하고 유지보수가 미흡했던 점 등을 원인으로 짚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석달 넘게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혼란한 정정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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