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과도한 신체접촉 논란에 "부적절한 행동 하지않아" 해명(종합)
"정중히 듣겠다…여성권리에 가장 강력한 옹호자 되겠다"
女보좌관들 '먼저 커피 가져다주던 사람' 옹호…대권경쟁자들은 '차가운 시선'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31일(현지시간) 과거 같은 당 소속인 여성 정치인과 부적절한 신체접촉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련 문제가 제기되면 정중하게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랜 세월 유세장과 공직생활에서 수많은 악수와 포옹, 그리고 애정과 지지, 위로의 표현을 했다"며 "단 한 번도 부적절하게 행동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면 정중하게 듣겠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결코 나의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나는 같은 식으로 기억하지 않을 수 있고, 들은 것에 대해 놀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우리는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도달했다. 남성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성의 권리를 위한 가장 강력한 옹호자로 남겠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을 종식하고 여성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평등한 대우를 받도록 하기 위해 내 경력에서 내가 한 일을 바탕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14년 민주당의 네바다주(州) 부지사 후보인 루시 플로레스에게 선거 유세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플로레스는 최근 한 잡지 기고문에서 유세 현장을 찾은 바이든이 자신이 연단으로 올라가기 전에 어깨에 두 손을 얹었으며, 머리에 코를 갖다 대 냄새를 맡고선 곧이어 뒷머리에 키스했다고 밝혔다.
그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는 플로레스는 "미국의 부통령이 가까운 친구나 가족, 연인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친밀한 방식으로 나를 접촉했다"며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모욕적이고 무례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플로레스는 이후 당시 신체접촉 상황을 캠프 일부 팀원들에게 전하긴 했으나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한다. 바이든이 2020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해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고 그는 밝혔다.
30여년간 상원의원을 지내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맡은 바이든은 풍부한 국정 운영 경험과 원만한 인간관계, 좋은 평판이 대권가도를 향한 장점으로 꼽힌다. 아직 대선 출마를 직접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과도한 스킨십에 대한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친밀성을 나타내려는 정치적 제스처이라고 하지만, 상당수 경우는 상대방이나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부적절한 것들이라는 구설에 여러 차례 올랐다. 특히 2015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취임식에서 카터 장관 부인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마사지를 해 비난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여성 참모들과 지지자들이 주말 동안 언론을 통해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바이든의 지지자들은 그가 종종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켜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곤 한다면서 플로레스에게 한 행동도 같은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바이든의 옛 여성 보좌관들은 '여자들이 커피를 타 오라'고 요구한 다른 남성 동료들과 달리 바이든은 자신이 먼저 커피를 가져다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과거 바이든의 의회 보좌관 등을 지낸 신시아 호건은 NYT에 이메일을 보내 "남성들로 가득찼던 1990년대 초중반 미 상원에서 일하는 게 어땠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에 대한 대답은 조 바이든을 위해 일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어서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제공]
호건은 "바이든은 나를 포함해 많은 여성을 상원 법사위에서 지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게 승진시켜줬고, 우리를 정중하게 대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바이든으로부터 과한 신체접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카터 전 국방장관의 부인 스테파니 카터도 온라인 매체 '미디엄'에 글을 올려 "내 사진 속의 조 바이든은 누군가가 아주 중요한 날을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가까운 친구다. 난 항상 그것을 고마워할 것"이라며 세간의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대권주자들은 아무도 바이든을 옹호하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플로레스의 주장을 믿는다면서 "바이든은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했고, 키어스틴 질리브랜드(뉴욕) 상원의원은 "플로레스는 자신의 품위를 손상당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바이든이 (대권)후보라면 이것은 그가 더욱 깊이 관여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도 ABC 방송에 출연해 "사람들이 이슈를 제기하면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그가 대선레이스에 뛰어든다면 유권자들에게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플로레스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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