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온다' 윤미아 감독 "희망 얻을 수 있는 영화"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는 많았죠. 마음이 무거워지는 기존 영화들과 달리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영화 '봄은 온다'는 동일본 대지진 6년 후 모든 것을 잃었지만 무너진 땅 위에서 여전히 삶을 일구고 있는 피해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재일 교포 3세인 윤미아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윤미아 감독과 영화에 출연하는 엔도씨 부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주최로 30일 오후 서울 중구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상영회 전에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감독은 "2016년에 다른 지진 피해 관련 영화의 프로듀서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진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으로서 지진의 기억을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감독은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약 10개월 동안 지진 피해 지역의 주민 100여명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이야기는 빼고 5~6년 지난 현재 동네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죠. 힘든 일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 '롤모델'이 되는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는 "촬영하면서 주민들로 인해 감동했던 순간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어요. 주민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영화에 담긴 것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영화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가 '마음의 복구'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것을 어떻게 영상으로 전달할지 고민이 많았죠. 주민들이 웃고 있는 장면이 많은데, 그 웃음 뒤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쓰면서 촬영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엔도씨 부부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엔도씨 부부는 쓰나미로 세 자녀를 한꺼번에 잃었다. 부부의 집 역시 쓰나미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현재 남편 신이치 씨는 함께 피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을 지원하고 다른 시민들과 연대하기 위해 옛 집터에 컨테이너 사무소를 차리고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부인 료코씨는 수공예를 통한 여성들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오래된 기모노를 재활용한 수공예 축하카드를 만드는 일을 한다.
엔도 신이치 씨는 "지진에서 경험했던 것들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것들이었다"며 "영화를 보면 웃는 장면이 많은데, 그전에는 웃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지진 극복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이 작은 행복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웃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영화가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에도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저는 한일관계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일관계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여유 있게 서로 마주 보고 가까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겠습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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