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일 관계 1.0'으로 '한일관계 1.0' 극복해야"
3·1운동 100주년 대화모임서 양국 원로·지식인들 제언
백낙청 "日설득 방법은 남북간에 한반도에서 잘 하는 것 뿐"
하토야마 "민간교류로 정치 움직여 정상간 신뢰구축하는 수순 바람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일 원로 및 중견 지식인들은 29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집'에서 '한일관계: 새로운 백년을 모색한다'란 주제로 열린 3·1운동 100주년 대화모임에서 양국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조언들을 쏟아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는 "(한일관계가) 어려울 때일수록 '지역 대 지역', '민간 대 민간'으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우애의 정신을 가지고 민간 차원의 활동을 먼저 시작하면 그런 움직임이 궁극적으로 정치를 움직이고 이런 움직임을 통해 양국 정상간 신뢰가 구축되는 수순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한일관계 '투트랙'은 역사와 미래 두 개의 트랙을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지, 미래만 움직이고 역사는 그냥 두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미래의 목표를 제시하는 동시에 과거사 해결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어 "1965년 한일협정은 한일관계의 기초이지만 '65년 협정'에서 역사 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며 "일본에 (역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당하게 하는 동시에 65년 협정을 극복하는 노력을 한일이 함께 해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또 일본이 한일청구권협정 등에 입각해 한국에 취한 경제 조치가 '법적 배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일이 함께 인정하는 내용을 문서화할 것을 제언하고, "그렇게 해야 일본의 실질적 배상을 통해 북일 간에 역사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또 "한일, 북일 간 새로운 역사 선언을 합쳐 '남북일 선언'으로 하는 것을 하나의 길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일 관계 1.0'을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 (1965년 한일협정에 입각한) '한일관계 1.0'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는 신(新) 한일체제를 얘기할 때도 그렇고 동아시아공동체를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북한을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지속가능한 체제가 되려면 '한반도와 일본 관계'라는 큰 틀 안에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어 "지금이야말로 신 한일체제를 만들 적기"라며 "일본을 설득하는 방법은 우리가 한반도에서 (남북간에) 잘 해서 일본사람들이 '야, 조선 민족은 얕보고 무시해도 좋은 민족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것 외에는 없다"고 부연했다.
유승삼 전 서울신문 사장은 "앞으로 일본의 역사 인식 담화는 (일본)국회 의결을 거쳐 번복을 할 수 없게 해야 하며, 한일 공동의 역사교과서 논의를 부활시켜 대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청소년 교류를 대대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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