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특성화고→일반고 전학 한해 762명…뿌리깊은 일반고 선호
일반고→특성화고는 150명도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한 해 평균 762명이 일반고로 '탈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과 학부모 사이 뿌리 깊은 '일반고 선호'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진로변경 전·입학 제도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2015학년도 615명, 2016학년도 710명, 2017학년도 947명, 2018학년도 777명 등 4년간 연평균 762명이었다.
서울 특성화고 70곳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627명(작년 4월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1곳 이상의 특성화고가 일반고로 전환돼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교 진로변경 전·입학은 3월과 9월 각각 2학년과 1학년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 진행된다. 이달 실시된 올해 첫 번째 진로변경 전·입학 때는 특성화고 2학년생 246명이 일반고로 전학했다.
반대로 이 제도를 통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긴 학생은 2015년 하반기 143명, 2016년 139명, 2017년 146명, 2018년 145명 등 한해 150명에 못 미친다. 다만 교육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별 전형을 본 뒤 전학하는 경우가 있어 실제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긴 학생은 더 많을 수 있다.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진로변경 전·입학은 2015년 하반기 시작됐다. 일반고 교육과정에 흥미를 잃은 학생이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자 도입됐으나 기대만큼 인원이 늘지 않는 상황이다.
반대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이동하는 학생이 많은 이유로는 학생과 학부모 사이 '적성이나 성적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일반고에 진학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깊게 남아있는 점이 꼽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중학교) 내신성적이 나빠 일반고 진학이 어려우면 성적 대신 봉사시간과 학업계획을 보는 '미래인재특별전형'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한 뒤 진로변경 전·입학으로 일반고로 전학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면서 "(특성화고에 남도록) 설득해봐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학교장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등학교는 무조건 일반고에 가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인식을 이기지 못할 때가 많다고 한다"면서 "2학년 때 진로변경 전·입학은 없애달라는 여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학부모의 '특성화고 외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2015년 이후 매년 신입생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특성화고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전체의 54%인 38개교가 '미달사태'를 겪었다.
고졸 취업이 어려워진 점도 특성화고 인기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해 65.1%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하락하면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서울시교육청은 미래산업에 맞춘 특성화고 학과개편과 특성화고생 국제화 교육 강화 등 특성화고 생존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다 대학진학 열망이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일부 특성화고는 통폐합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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