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시위 1년…유혈참사에 평화는 '먼길'
이스라엘군 실탄 진압에 팔레스타인 사망자 200명 넘어
이번 주말도 충돌 우려…평화협상은 제자리 걸음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시위가 오는 30일(현지시간) 꼬박 1년을 맞는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작년 3월 30일부터 이스라엘과 접한 분리장벽(보안장벽) 근처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Great March of Return)이라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가 시작된 3월 30일은 팔레스타인이 '땅의 날'로 명명한 날이다.
1976년 이스라엘의 영토 점거에 항의하던 팔레스타인인 6명이 이스라엘군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을 기리는 의미다.
지난 1년간 팔레스타인인들은 1940년대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을 되찾겠다며 수시로 분리장벽으로 모였다.
팔레스타인 공휴일인 금요일이 되면 시위대 규모가 수천 명으로 늘었다.
특히 2017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의 분노가 시위로 표출됐다.
그러나 가자지구는 핏빛으로 얼룩지면서 국제사회의 안타까움을 샀다.
팔레스타인 시위대는 불에 탄 타이어와 돌 등으로 격렬한 시위에 나섰고 이에 맞서 이스라엘군은 분리장벽에 접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위대한 귀환 행진'이 시작된 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에 사살된 팔레스타인인은 모두 258명이고 사망자 대부분은 가자지구 분리장벽 근처에서 목숨을 잃었다.
작년 5월 14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이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을 때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최소 62명 피살됐다.
유혈 참사가 이어지는 사이 가자지구 주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길이 41㎞, 폭 12㎞의 띠 모양인 가자지구에는 약 200만명의 팔레스타인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생존에 필요한 전기, 식수 등도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가자지구의 실업률은 50%가 넘고 이중 청년 실업률은 약 70%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등 국제기구 지원금을 줄인 점도 커다란 악재다.
참담한 가자지구에 평화의 희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엔(UN) 등 국제사회는 그동안 가자지구 시위대에 대한 이스라엘의 실탄 진압, 미국의 팔레스타인 지원 축소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하마스에 대한 강경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이집트가 그동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을 위한 협상을 중재했지만, 양측의 갈등은 풀리지 않았다.
최근 가자지구의 긴장감은 잔뜩 고조된 상태다.
지난 25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 1발이 이스라엘의 한 가정집에 떨어지면서 7명이 다친 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두 차례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스라엘 남부에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고 팔레스타인도 가자지구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지난 27일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그리고 해외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땅의 날'에 행진할 것을 요청한다"며 오는 30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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