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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에 전격 사퇴 '강수' 둔 박삼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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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에 전격 사퇴 '강수' 둔 박삼구(종합)
'한정' 감사보고서로 혼란초래…그룹 전체로 위기 확산 막기 위한 '자구책'
전날 산은 회장에 'SOS'…채권단 압박에 밀려났다는 분석도
산은 정상화방안 관심…"시장신뢰 회복하면 경영 정상화 가능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8일 그룹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난 것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용퇴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떠밀리듯 사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아시아나의 경영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오후 박 회장이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고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고 밝혔다.
그룹은 박 회장 사퇴 이유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사태 관련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과 관련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시한 감사보고서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이 여파로 모회사인 금호산업[002990]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22∼25일 정지됐고 아시아나항공의 상장채권 '아시아나항공 86'이 상장 폐지되는 등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 사태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닷새 만에 감사의견 '적정'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마무리되는듯했다. 하지만 수정된 재무제표에서 아시아나의 작년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 불신을 다시 키웠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 아래에는 아시아나IDT[267850], 아시아나개발,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에어포트, 에어부산[298690], 에어서울 등 자회사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수준을 담당하는 핵심 기업이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이날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있다가 2014년 자율협약에서 졸업했지만, 차입금 규모가 크고 부채비율이 높아 시장에서는 재무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는 지난해 산업은행과 기업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맺고 자구계획과 차입계획을 시행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약정에 따라 작년에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매각과 CJ대한통운[000120] 주식 매각, 전환사채 및 자산유동화증권 발행 등으로 차입금을 줄였다.
그룹 전체 부채비율도 전년보다 약 30%포인트 줄어든 364.3%로 개선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감사보고서 사태' 이후 아시아나에 대한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아시아나의 신용등급 'BBB-'에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실제로 발행 예정이던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신종자본증권)은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뒤 주요 투자자가 투자를 철회하기도 했다.
아시아나의 ABS 발행 현황은 여객매출채권 유동화 증권이 1조2천억원, 에어부산·에어서울의 리스 및 정비 매출채권 유동화 증권이 4천200억원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ABS에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현재 BBB-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더 낮추면 즉시 상환 조건이 발동된다'는 특약이 걸려 있다.
ABS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하면 올해 도래하는 아시아나의 차입금 만기액은 약 1조7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이 아시아나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산업은행에 'SOS'를 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룹도 박 회장이 전날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이날 자발적으로 사퇴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사실상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압박에 밀려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고 산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산은 주도로 이뤄질 경영 정상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박 회장 결심은 아시아나가 산은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MOU가 다음달 6일 만료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아시아나와 산은은 최근까지 MOU를 1년 더 연장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지만, '감사보고서 사태' 이후 분위기가 급랭했다.

하지만, 전날 이동걸 회장은 국회에 출석해 MOU를 다시 맺을 계획이라며 "아시아나와 협의해 자구계획을 철저히 하고 시장신뢰를 회복할 수준의 MOU를 체결하겠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의 총 차입금은 3조4천400억원,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1조3천200억원 수준이다.
차입금 구성은 금융리스 부채 41%, ABS 36%, 차입금 14%, 무보증 사채 및 전환사채 9% 등이다.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만 회복한다면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시아나의 금융권 여신 규모가 4천억원에 불과한 반면 비금융권에서 조달한 부채 전체 규모가 이에 8배에 달해 산은도 이를 처리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모든 그룹 직책 사퇴 / 연합뉴스 (Yonhapnews)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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