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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노인 일대일 스마트폰 교육 현장에 가보니

(서울=연합뉴스) 이세연 인턴기자 = "나는 핸드폰으로 기차표도 예매할 줄 알지. 최근에 배웠어. 나도 여기 와서 안 배웠으면 역에 가서 줄 서서 표 끊었겠지요"
여동진(73) 할아버지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코레일톡' 앱을 보여줬다. 표정에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내 나이 또래는 이렇게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나는 이 기기(스마트폰)의 1%도 못 쓰는 것 같으니까 배우러 온 거야"

27일 오후 서울 청구노인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1:1 스마트폰 교육'이 열렸다. 이날 교육봉사는 신당동 제 1기동단의 의무경찰 대원들이 맡았다. 노인들은 스마트폰을 책상에 올려놓은 채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폰 전문가랄 것도 없는 '청년' 선생님은 한명씩 노인들 옆에 자리 잡았다. 교실은 금방 시끄러워졌다. "저번에 보니까 핸드폰 글씨 키우는 게 참 쉽던데 어떻게 했던 건지 기억이 안 나. 글씨가 잘 안 보여서 키우고 싶은데", "내가 받은 이 영상이 좋아서 다른 사람한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 아나?", "일요일 아침 여섯 시에 알람을 맞추고 싶은데 한참을 들여다봐도 방법을 모르겠어"
노인들은 열정적이었다. 직접 챙겨온 공책에 '뒤로 돌아가기', '공유하기' 아이콘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집중하고 있었다.
박명숙(71) 할머니는 "금방 잊어버려서 적어놔야 기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종자(76) 할머니는 "나도 우리 세대 중에선 많이 배운 편에 속하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 너무 어려워서 배우러 왔다"며 "배움에도 단계가 필요한데 세상은 빨리빨리 바뀌니까…"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역 예매 창구에 줄 서 있는 이는 노인들이 대부분. 이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 "알고 있는데 배우기에 엄두가 안 난다"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
이날도 노인 교육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표를 예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선생님이 있으니 배워볼 수 있겠다. 어떻게 하는 거냐"라는 호기심 어린 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의경 선생님'의 강습에 금세 빠져들었다.

윤효원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은 보통 스마트폰을 이용할 때 자녀들의 도움에 의지한다'며 "그러다보니 '아들, 딸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하실 거냐'고 질문하면 말문이 막히신다"고 말했다. "실생활에 밀접한 부분을 일대일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실 수 있게 하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습에 참여한 노인들은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말마다 텃밭이 있는 충주에 간다는 김숙자(80) 할머니는 늘 동서울 터미널에 가서 직접 표를 산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표를 미리 사놓고 시간 맞춰 오면 되는데, 우리는 걸음도 느린 데다 표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더 일찍 집을 나서야 해요. 표가 없으면 다음 차를 타야 하는데 그것도 시간 낭비지"라고 아쉬워했다.
"아무것도 모르니 물어보지도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뭘 알아야 물어보고 그러지. 아무것도 모르니까 어디서부터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혼잣말인듯한 말투에는 속상함이 뚝뚝 묻어났다.
교육봉사를 하러 왔다는 신당동 제1기동단의 한 의경 대원은 "주로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는 방법을 물어보신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어려움을 느끼더라고 소개했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는 것도, 동영상을 크게 보는 것도, 벨 소리를 진동으로 바꾸는 것도 모두 어려운 일이라는 것.
그나마 강의를 듣는 노인들은 나은 편. 복지관 부근 경로당에서 만난 이종석(83) 할아버지는 '스마트폰 교육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영감 중에선 스마트폰 가지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어~ 그 복잡한 걸 어떻게 해. 다 젊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들이지"라고 심드렁하게 답했다.
se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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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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