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초 여성 인권변호사, 美 대사관 들어가려다 체포돼
경찰, 신분증 소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갑 채워 연행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저명한 인권 변호사가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려다가 중국 경찰에 체포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첫 여성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왕위(王宇)는 전날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여성 역사의 달을 맞아 개최한 가정 폭력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그가 미국 대사관에 들어가려고 하자 검문소에 있던 중국 경찰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왕 변호사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경찰은 곧바로 그를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한 후 수갑을 채워 경찰서로 연행했다.
현장에 있던 왕 변호사의 친구는 "미국 대사관 직원이 왕 변호사를 대사관 안으로 들여보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은 이를 듣지 않고 막무가내로 왕 변호사를 연행했다"고 말했다.
왕 변호사는 위구르족 반체제학자 일함 토티, 중국 당국이 반체제 단체로 분류한 법륜공(法輪功·파룬궁) 신도 등의 변호를 맡아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고, 결국 2015년 '709 검거' 때 구금됐다.
709 검거는 중국 당국이 2015년 7월 9일 300여 명에 달하는 인권운동가들을 대거 체포한 사건을 말한다.
중국의 인권운동은 개혁개방이 본격화한 1990년대 초부터 조금씩 나아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709 검거는 그동안의 성과를 물거품처럼 만든 사건으로 여겨진다.
왕 변호사는 풀려난 후에도 인권운동을 계속했고, 올해 초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 4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권운동가 왕취안장(王全璋)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왕 변호사의 남편 바오룽쥔은 "아내는 이전에도 신분증 제시를 거절했으나 체포된 적은 없었다"며 "왕취안장의 변호 이후 아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가졌는데, 이번 일은 아무래도 아내를 겨냥해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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