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美 '골란고원 선포', 주권 공격"…곳곳 항의 시위(종합)
국영 매체 시리아정부 입장 보도…외무 "美 고립될 것"
"트럼프가 우겨도 골란은 우리 땅"…수백∼수천명 모여 美 규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선포하자 이 땅의 법적 주인인 시리아 정부가 강력히 비난했다.
시리아 외무부는 25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이 골란고원 병합을 인정한 것은 시리아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시리아 국영 사나 통신이 익명의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무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사나 통신 보도는 시리아 정부가 외교 사안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때 자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는 골란고원 점령을 정당화할 권리와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을 무한정 편들어 자신을 스스로 아랍의 가장 중요한 적으로 만들었다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골란고원 병합 인정을 비난하면서, 이번 결정이 미국을 고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시리아 국영 TV가 전했다.
이사드 사라 정보장관도 국영 TV에 출연해 "강력한 반응이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규탄만이 아니라 현장에서 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외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이끄는 나스르 알하리리 시리아 최고협상위원회(HNC) 대표도 트럼프 행정부의 골란고원 병합 인정이 중동 전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리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폭력과 불안정을 심화하고 중동 평화정착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골란고원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 이른바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에 점령된 시리아 영토다.
시리아 곳곳에서는 미국의 포고에 반발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도 다마스쿠스, 최대 도시인 북부 알레포, 중부의 홈스와 하마, 남부 스웨이다와 다라, 골란고원 부근 꾸네이트라 등 시리아 각지에서 수천명씩 모여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했다.
사나 통신은 스웨이다의 시위대가 "골란은 시리아다"라고 쓰인 배너와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하마의 변호사협회는 항의의 뜻으로 한 시간 동안 법정 업무를 중단했다.
변호사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이제 아랍의 주적이다"고 성토했다.
다마스쿠스에서 시위에 참여한 공무원 모나 이브라힘은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시리아의 품에 돌아올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결정은 가치가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로이터 제공]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