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를 보는 두 시선…'갑질과 열정'
정기감사서 직원에 폭언·갑질 불거져…외교부 "필요한 조처 할것"
현지 기업·교민단체 "호불호 있지만, 열정적으로 일하는 대사"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외교부의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에 대한 정기감사에서 김도현 대사가 직원에게 갑질과 폭언을 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에서 김 대사의 그간 행보를 놓고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김 대사는 1993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했다가 2012년 삼성전자 글로벌협력그룹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2017년 11월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지난해 4월 주베트남 대사로 전격 발탁됐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내에서는 김 대사가 업무 과정에서 직원에게 폭언을 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압박하는 스타일이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해 갈등이 발생한다는 목소리와 지시 일변도의 업무 처리 방식에 대한 성토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다혈질인 데다 성과를 중시하는 민간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몸에 밴 김 대사의 업무 스타일과 공직 사회 사이에 괴리감이 컸다는 주변의 관측도 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지난 18∼22일 주(駐) 베트남대사관에 대해 정기감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향후 필요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과 교민들은 사태의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도 다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한용 하노이 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회장은 26일 "기업인들 입장에서 김 대사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대사"라면서 "너무 열심히 하려다 보니 직원들과 마찰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안타까워했다.
17년간 베트남에서 기업을 운영해온 김 회장은 "김 대사가 발 벗고 나서서 우리 기업의 세금이나 토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긍정적으로 바꾼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윤상호 하노이 한인회장도 "김 대사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일하는 대사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다낭 주민을 유효기간 5년의 단기방문(C-3) 복수비자 발급 대상에 포함하도록 끌어낸 것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덕분에 한국인의 베트남 무비자 체류기간(15일)에 대한 경과규정이 철회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등 양국 간 비자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또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낭에서 현지 법 때문에 당국의 허가 없이 여행가이드로 일하는 교민에 대한 단속이 완화된 것도 김 대사의 성과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김 대사의 긍정적인 면에 주목해온 교민들의 경우 대사관 내부로부터 터져 나온 '갑질 논란'으로 다른 측면도 보게 된 셈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외 공관장의 업무 스타일을 놓고 '갑질과 열정'이라는 안팎의 상반된 평가가 있는 가운데 외교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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