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스페인·교황에 "칼·십자가 앞세운 정복 사과하라"
멕시코 대통령, 서한 발송 이어 동영상 통해 재촉구…스페인, 즉각 거부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스페인과 교황청은 칼과 십자가를 들고 저지른 학살과 압제를 사과하라."
멕시코 대통령이 수백 년에 걸친 피지배자라는 과거 상처를 꺼내 들면서 정복자들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스페인으로부터는 바로 거부당했다.
스페인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1485-1547)는 1519년 1천명이 채 안 되는 무리를 이끌고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고 곧 멕시코(아스텍)의 광활한 영토를 접수했다. 스페인의 멕시코 지배는 이후 약 300년 이어졌다.
AFP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5) 멕시코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필리페 6세 국왕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500년 전의 남미 정복에 대해 사과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주(州) 코말칼코의 마야 유적에서 촬영,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이처럼 스페인의 침략과 관련한 논쟁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는 이 동영상에서 스페인 국왕과 교황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과거의 악행을 충분히 설명하고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 사실을 소개하고는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학살과 압제가 있었다. 소위 정복은 칼과 십자가로 수행됐다. 그들은 (원주민의) 사원 위에 교회를 지었다"라고 말했다.
또 화해를 말할 시기이기는 하지만 요즘 말로 인권을 침해한 데 대해 사과가 우선이라는 뜻도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는 바로 성명을 냈고 입장은 분명했다. 단연코 사과는 있을 수 없다는 것과 특히 이달 초 발송됐던 서한이 공개된 데 유감을 표시했다.
스페인 정부는 성명에서 "500년 전 스페인인들의 멕시코 도착은 지금 이 시대의 이해에 따라 판단될 수는 없다"고 말하고 양국이 공유하는 과거를 분노보다는 건설적인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또 멕시코와 우호 및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미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긴밀히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뜻도 전했다.
교황청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요구에 바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아메리카 대륙 지배 동안 원주민에 대한 로마 가톨릭의 그릇된 행동에 대해 볼리비아에 사과한 바 있다.
진보성향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실시된 대선에서 89년간의 우파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는 압승을 거두고 12월에 취임했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 복지확대 등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반(反)기득권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행보로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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