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비명 트라우마'…살처분 작업자 심리치료 지원 강화
추가 심층치료 비용 국가 부담…신청기간 제한 폐지
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 인권위 권고 수용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등 정신·심리적 고충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가축 살처분 작업자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심리지원 방안이 강화된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먼저 농식품부는 행정안전부, 복지부와 세부 내용을 협의해 살처분 참여자에 대한 심리·신체적 증상 체크리스트와 트라우마 예방 교육 매뉴얼을 만든다.
또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참여자에 대한 심리지원 신청 제한 기간을 폐지하고, 추가 심층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은 심리적 안정·정신적 회복을 위한 치료를 받으려면 가축의 살처분 또는 소각·매몰에 참여한 날부터 6개월 안에 신청하도록 규정한다.
복지부는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해 향후 가축 살처분과 매몰 작업 참여자의 트라우마에 관한 조사·연구를 할 방침이다.
살처분이란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특정 질병이 발생했을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역 조치다.
과거에는 살처분 작업 때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군인, 소방관 등 공무원의 동원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비(非)공무원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지자체에서는 전문 방역업체나 용역업체에 살처분 작업을 위탁하고 있고, 용역업체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일용직으로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자들은 살처분 과정이 자꾸 떠올라 괴로워하거나 학살에 동참했다는 죄책감 등에 시달린다.
실제 2017년 인권위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 268명의 심리 건강 상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PTSD 판정 기준을 넘겼다. 중증 우울증이 의심되는 응답자도 23.1%에 달했다.
인권위는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 작업에 참여한 공무원 등이 자살이나 과로로 사망했고, 이 때문에 살처분 참여자가 겪는 트라우마의 심각성과 심리지원의 문제가 대두됐다"며 "하지만 아직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다소 부족하다"며 정부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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