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심기 드러낸 北에 수위조절로 답한 美…대화재개 계기 될까
"트럼프, 더 강경해지지 않겠다고 울타리 쳐…北 반응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대북 제재철회 발언을 계기로 막혀있던 북미 대화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발언은 북한이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북미 협상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고, 일주일 뒤인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인력 철수를 단행하는 등 강경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평행선을 달리는 북미 관계가 새 국면을 맞이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추가적 대규모 제재의 철회를 지시했다"며 올린 글은 미국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대북제재가 아니라, 아직 발표하지 않은 '미래의 대북제재'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이 1차로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만 제재를 가하고, 북측 반응을 살펴본 다음 2차로 더 강한 제재를 선보이는 식으로 설계도를 그려놨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을 수정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미국 재무부의 대북제재 단행 소식이 알려진 지 약 6시간 만이었다. 북한이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로 추가 대북제재에 불만을 드러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수위조절로 답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9시 15분께 북측에서 연락대표 접촉 요청이 있었고, 오전 9시 15∼20분 사이에 철수를 통보한 뒤 건물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개성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머지않은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 '이보다 더 강경하게 나가지 않겠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동창리·산음동 미사일 시설 움직임, 최선희 부상의 회견,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로 이어지는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협상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미국에 절제된 불만을 드러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을 너무 밀어붙이고 있다는 느낌에 트럼프 대통령이 더 늦어지기 전에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이보다는 더 강경하게 나가지 않겠다는 일종의 울타리를 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서는 미국과 향한 불만이 우회적으로 혹은 노골적으로 묻어나지만, 협상의 판을 깨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북미 양국 사이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지금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성에 있는 만큼 남측 인원을 내쫓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들만 퇴거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남측에 불만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문은 열어놓은 셈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하며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대목은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도 이제는 입장정리가 얼추 돼가는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를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다음 달 초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을 통해 북한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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