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임정 百주년](59) 후손 못찾아 훈포장 미전수 37.6%
유공자 1만5천180명 중 5천714명…북한본적ㆍ본적미상ㆍ무연고 등 사유
정의부 총사령관 오동진ㆍ스티븐스 저격 장인환 선생 등도 포함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았지만,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 후손을 찾지 못해 훈포장을 전수하지 못한 사례가 5천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 기준으로 독립운동 공적을 인정받아 서훈이 확정된 유공자 1만5천180명 중 5천714명의 후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 독립유공자 1만5천180명…훈장 미전수율 37.6%
훈장을 전달하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을 훈격별로 보면 대한민국장 1명, 대통령장 5명, 독립장 172명, 애국장 2천586명, 애족장 1천821명, 건국포장 3천570명, 대통령 표창 759명이다. 훈포장 미전수율은 37.6%에 달한다.
이 중에는 남만주지역 무장투쟁단체를 통합한 정의부(正義府) 총사령관으로 독립군을 지휘한 송암 오동진(대한민국장) 선생도 포함돼 있다.
송암 선생은 일제시절 2년간 연인원 1만4천149명의 독립군을 이끌고 일제 관공서 습격 143차례, 일제 관리와 밀정 살상 914명이라는 전과를 올렸다.
송 선생은 1927년 12월 변절한 동지의 밀고로 체포돼 국내로 압송된 후 6년에 걸친 재판 끝에 무기형을 선고받았고, 광복을 1년여 앞둔 1944년 5월 모진 옥고를 견디지 못하고 공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송 선생 외에도 일제의 군대 해산에 저항해 남대문에서 시가전을 벌이다 순국한 대한제국 시위대 참위(현 소위) 남상덕 선생, 1906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해외 최초 독립군 사관학교인 한인 소년병과학교를 세운 박용만 선생,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을 비난한 대한제국 외교 고문이던 미국인 스티븐스를 저격한 장인환 선생 등에게 1960년대 대통령장을 추서했지만, 지금까지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 훈장 미전수 사유 1위는 '북한 본적'
훈장 미전수 사유를 보면 '북한 본적'이 2천419명(42.3%)으로 가장 많고, '본적 미상'이 1천978명(34.6%), '무연고'가 1천152명(20.2%) 등이다.
이들 5천549명을 제외한 나머지 165명(2.9%)은 본적을 확인했지만, 훈장 전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해당 지자체 협조로 제적부 등 자료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지만, 공적서에 명시된 인적사항이 제적부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부산보훈청은 1920년 중국 '배달학교' 교사로 민족교육을 하다 일본군에 잡혀 순국한 조용수 선생에게 애국장을 추서했으나 19년 만인 2017년 5월에서야 선생 손녀를 찾아 전수하는 등 독립운동가 후손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보훈청은 그동안 독립운동자료와 족보·제적부 상의 이름이 달라 후손을 찾지 못하다가 사망일과 본적지 주소 등을 추적해 선생의 손녀 조연숙(69) 씨를 겨우 찾았다.
이 과정에 독립운동가 조현균(애족장 추서) 선생 후손인 조준희(49) 국학인물연구소 소장이 큰 도움을 줬다.
조 소장은 2013년 '이시열의 민족운동과 대종교'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면서 조용수·조용주라는 이름이 혼용되는 것을 알게 돼 자료 수집에 나섰다.
종친회와 도서관 등지에서 일제강점기 족보를 찾는 것은 물론 온갖 자료를 뒤지며 조 선생 행적을 추적했다.
그 과정에서 두 이름이 같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후손이 살아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국가보훈처도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조 선생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두 이름이 같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독립유공자의 출생지와 활동지가 북한으로 돼있어도 유공자의 후손을 찾기가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독립유공자가 여성이면 호주가 아니어서 제적부 확인 등 전산 검색으로도 확인되지 않는 고충이 있다.
◇ 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활용과 관심 당부
국가보훈처와 각 지방보훈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립유공자 정보를 알리고 후손을 찾는 작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http://www.mpva.go.kr/main.asp)에 접속해 '공훈전자사료관'→'독립유공자 정보'→'독립유공자 후손 찾기' 메뉴에 가면 독립유공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공훈전자사료관에 접속하면 유공자 이름, 생년월일, 본적, 공적 개요 등 비교적 상세한 자료가 적혀있다.
부산보훈청 관계자는 "훈장 미전수자 독립유공자 후손을 한명이라도 더 찾아 후손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한편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국가책임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훈전자사료관 명단에 등록된 독립유공자 후손은 제적부나 족보 등 관련 서류를 갖춰 국가보훈처나 각 지방보훈청에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보훈상담센터(☎1577-0606)로 하면 된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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