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아찔했던 '천궁' 미사일 오발이 단순 정비실수 탓이라니
(서울=연합뉴스) 며칠 전 강원도 춘천에서 발생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천궁(天弓)' 오발 사고의 원인이 정비 중 과실로 드러났다고 공군이 21일 밝혔다. 천궁 발사대 기능 점검 과정에서 정비 요원들이 케이블 분리·연결 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오발됐다고 한다. 작전용 케이블이 분리되지 않은 탓에 점검용으로 입력된 발사 신호가 유도탄까지 전달돼 실제 발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기술이 구형 호크 미사일 대체용으로 8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의 오발이 미사일 자체의 결함 탓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다. 천궁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보다 낮은 고도로 접근하는 적 비행물체를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오발 원인이 단순 정비 실수라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 우리 군이 나사가 풀려도 한참 풀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한 발 가격이 15억원인 천궁은 최대 사거리가 40㎞에 이르고, 한 발사대에서 최대 8기 연속 발사도 가능하다. 이런 미사일이 지난 18일 춘천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터진 것은 춘천 시민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이 외려 국민에게 불안감을 발사한 격이다. 시민들은 폭발음에 깜짝 놀라 한동안 불안에 떤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7㎞ 상공에서 터졌기에 망정이지 그 밑의 도심 상공에서 폭발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천궁이 비정상 발사 시엔 안전을 위해 자폭하도록 돼 있다지만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에 춘천시는 20일 해당 부대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천궁 오발로 우리 군의 기강 해이는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고 말고도 기강 해이로 지적할 수 있는 사례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화천 지역 육군 사단장이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한 감시초소(GP)의 잔해 철조망을 여당 의원들에게 기념품으로 선사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그해 11월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영관급 장교들이 내부 문건을 카카오톡을 통해 임의로 공유했다가 원대복귀 조처됐다. 최근에는 카투사 병장들이 보름에서 한 달까지 부대를 무단이탈한 사실까지 드러나 국민을 놀라게 했다. 군 당국은 이런 일이 불거질 때마다 '기강 확립'을 거듭 다짐하지만, 국민들에겐 이젠 공염불로 들린다.
국방부는 지난 2월 1일 병사들의 평일 일과 후 부대 밖 외출을 허용했다. 이르면 4월부터 병사들이 일과를 마치고 부대 안에서 개인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다. 병사들을 통제만 하려 했던 구습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정책이란 게 군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지만,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음을 군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남북 간에 평화 분위기가 이어지더라도 군은 엄정한 군기가 존립의 기반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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