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민 과반 '부자 증세로 빈곤층 지원' 지지"
21개국 설문조사…사회안전망 불안·재원확충 방안으로 제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민의 과반이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려 빈곤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OECD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 '중요한 리스크'를 통해 21개 회원국 국민의 이 같은 여론을 소개했다.
'정부가 부자들에게 현재보다 많은 세금을 징수해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렇다' 또는 '확실히 그렇다'고 답변한 이들은 67.77%로 집계됐다.
독일, 포르투갈, 그리스, 슬로베니아에서는 부자 증세를 찬성하는 이들의 비율이 75%나 그 이상으로 치솟았다.
많은 이들은 정부가 납부한 세금을 적소에 지출하지 못한다는 불만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거의 60%는 그들이 내는 세금에 합당한 지분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20% 정도만 위기가 닥쳤을 때 국가 지원체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봤고, 60% 정도는 정부가 자신들의 견해나 우려를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울리는 경종"이라며 "도움이 필요할 때 국가에 전적으로 기댈 수 없다고 보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구리아 총장은 "무엇이 이런 인식을 부추기는지, 왜 사람들이 힘겨워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는 건 사회보호 제도를 더 효율적으로 짜는 데 필수"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기회균등을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는 독일, 노르웨이, 핀란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21개국 국민 2만2천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한국인들은 이번 설문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과세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불만,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불안,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촉구 등의 여론은 지구촌 전역에서 양극화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슈퍼리치들에 대한 세금을 늘려 빈곤층을 위한 서비스의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과 활동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양극화가 극심한 미국에서는 야당의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이런 정책 기조를 홍보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민주당 정치인들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슈퍼리치 증세를 2020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정부 투쟁 양상을 보이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에서도 부유층이 더 많은 납세 부담을 짊어지어야 한다는 촉구가 나오고 있다.
OECD는 "의료, 주거, 장기치료와 같은 서비스에 접근할 기회에 소수만 만족하는 형국"이라고 보고서를 요약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늙거나 병들거나 실직해 수입을 잃었을 때 정부가 그에 걸맞은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다수 여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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