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금융혁신', 현장 실행력 중요하다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금융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부동산 관련 권리와 동산·채권 등 자산의 종류가 달라도 묶어서 담보로 제공하는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또 부동산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이나 미래 성장성이 있으면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혁신업종에 차별화된 증권거래소 상장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내리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아닌 중소·벤처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 성장 잠재력이 있다면 담보 없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 증권거래소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방안은 환영할만하다. 경제에서 금융은 사람의 핏줄과 같다. 피가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활발하게 돌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제 곳곳에 자금이 효율적으로 공급되면 투자와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특히 규모 면에서 미약하지만 잠재력이 우수한 소형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도록 하겠다니 그것만으로 기업가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력을 확보할 것인가에 있다. 대부분의 역대 정부들도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다. 담보는 없지만 성장성이 있다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금융기관 일선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담보 없는 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여신 담당자는 책임을 져야 하고, 금융기관 전체로는 실적 부진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현 정부는 세세한 실행계획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금융혁신이 선언과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이런 정책들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구체적이면서도 디테일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올해 증권거래세를 내리겠다는 것도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정부는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주식에 대한 거래세율은 기존의 0.3%에서 0.25%로, 코넥스 주식에 대한 거래세는 0.3%에서 0.1%로 각각 낮추기로 했다.
증권거래세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주식을 팔 때마다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다. 당연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점에서 증권거래세의 단계적 인하는 가야 할 길이라고 본다. 다만, 증권거래세 0.05% 포인트 내리는 것만으로 세수가 1조원 넘게 줄어든다고 하니 정부는 재정자금 부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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