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사형제 '위헌' 나올까…헌재, 보수색채 한층 옅어져
'보수성향' 조용호·서기석 나가고 '진보·중도' 문형배·이미선 투입
진보성향 재판관 늘고 보수성향 소수로…판단에도 영향 미칠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명박·박근혜 정부시절 '보수성향' 헌법재판관 일색이던 헌법재판소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여 만에 중도성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18일 퇴임하는 조용호·서기석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문형배·이미선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 보수성향이 강했던 헌재가 중도 쪽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조용호·서기석 헌법재판관은 헌재 내 대표적인 보수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됐다.
정통법관 출신인 조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에 찬성하고 교원노조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의견을 내는 등 강한 보수색채를 띠었다. 다만 자발적 성매매 처벌 사건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진보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역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서 재판관은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청주지법원장과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법원 재직 당시 업무량이 많고 업무 강도도 세기로 유명했다. 치밀하고 꼼꼼한 스타일의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새로 지명된 문 후보자는 법원 내에서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관으로 불린다.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기도 하다.
노동법 전문가인 이미선 후보자도 노동자 권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사 재직 중 뚜렷한 성향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보수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문형배·이미선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면 그동안 보수적 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수였던 진보적 견해들이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에는 조용호·서기석 재판관 외에 이종석·이영진·이은애 재판관 등 정통법관 출신 재판관 5명이 보수성향으로 분류됐고,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김기영 재판관이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다. 뚜렷한 성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하고 5대 3의 비율로 보수적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다음달 재판관 2명이 교체되면 진보성향 4명, 보수성향 3명, 중도성향 2명으로 보수적 색채가 훨씬 옅어진다.
이처럼 보수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헌재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주요 사건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우선 결론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동의낙태죄 헌법소원사건' 선고가 한 차례 연기돼 새로 구성된 헌재 재판부가 심리하게 될 경우 위헌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지난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낸 사형제 폐지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새로운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사형제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과거와 달리 진보적 견해에 힘이 실려 지나치게 국가안보를 중시하기보다는 기본권 보호를 강조하는 결정이 자주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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