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톨릭 전문가 "시진핑-교황 만남 이뤄질 가능성 희박"
티코지 신부 "교황은 만나려 하지만 시진핑 원하지 않을 것"
"종교의 중국화 시진핑, 종교정책에 서방 개입 원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주로 예정된 이탈리아 방문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두 지도자 간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홍콩에서 활동하는 중국 가톨릭교회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이 이번 이탈리아 방문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세르지오 티코지 신부는 "교황은 시 주석을 기꺼이 만나려 하지만, 시 주석은 교황을 만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시 주석이 교황청의 초청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자신의 종교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코지 신부는 "시 주석은 '종교의 중국화'를 강조해 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황을 만난다면 그것은 자신의 국내 종교정책에 서방 종교 당국의 개입을 용인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서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시 주석이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시도와 같은 또 다른 정치적인 야심을 갖지 않는 한 교황과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시 주석이 이탈리아 방문 기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관련 상황을 알지 못한다"면서 "중국은 교황청과 건설적 대화를 계속하면서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고 싶다"고 답변했다.
겅 대변인은 시 주석이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이탈리아, 모로코, 프랑스를 차례로 공식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교황청 관리를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 주석을 만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과 교황청은 중국 내 가톨릭 주교의 임명권을 둘러싸고 10년가량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은 지난 9월 중국이 교황을 가톨릭의 수장으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은 교황의 승인을 받지 않고 임명된 중국 주교 7명을 승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잠정 합의안에 합의했다.
즉 교황청은 중국 정부가 임명한 천주교 애국회 소속 주교 7명을 인정하고 교황청이 서품한 지하교회 주교 2명을 물러나게 하는 대신 향후 교황이 중국 정부가 지명하는 주교에 대한 승인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언론에 거론된 잠정 합의안의 골자다.
약 1천200만 명의 신자를 거느린 중국 내 가톨릭은 로마 교황청을 인정하는 지하교회와 중국의 공인을 받은 천주교 애국회에 소속된 교회로 양분돼 있다.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신부들은 중국 정부가 임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과 교황청의 잠정 합의에 대해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도 찬반양론이 존재한다.
찬성론자들은 중국 내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교황의 영향력 아래 두게 하려는 교황청의 오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잠정 합의에 대해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중국 가톨릭 지하교회 신자들을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반박한다.
중국 지하교회의 신부와 사제들이 천주교 애국회에 가입하라는 중국 당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만일 교황청과 중국 정부가 주교 임명권에 대해 최종 합의할 경우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단절돼온 중국과 교황청 간 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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