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국군병원엔 그 흔한 와이파이도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와이파이(Wi-Fi)는 일정 거리 안에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KT[030200]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2년 현재의 와이파이에 해당하는 네스팟이라는 이름으로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이제는 생활 전반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술이 됐다. 심지어 아이들조차 와이파이를 연결해 게임을 즐길 정도다.
와이파이는 병원에서도 아주 유용하다.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쓰는 것은 당연한 얘기고,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에게도 여러 편의를 제공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간호사들이 밀고 다니는 드레싱 카트다. 통상 드레싱 카트에는 침대에 누운 환자 상태를 바로 기록할 수 있는 노트북이 탑재돼 있어 매번 간호 데스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노트북이 와이파이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일부 의사들은 환자 진료 때 와이파이로 연결된 태블릿PC나 휴대전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전자의료기록(EMR)을 띄우고 그 자리에서 현재 상태와 향후 치료계획을 설명한다.
또 의사와 간호사 간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에도 와이파이가 쓰인다. 이 때문에 상당수 병원은 환자용 와이파이와 별도로 의료진 전용 와이파이를 운영 중이다.
사실 와이파이 자체는 특별한 기술이 아닌지 오래됐지만, 미래 '스마트(SMART) 병원' 측면에서 볼 때 중요한 기반 기술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와이파이가 최근에서야 개통돼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를 기쁘게(?) 하는 병원이 있다. 바로 국군 장병을 치료하는 군 병원 중 최상위인 국군수도병원이다.
여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병원에서는 지금까지 보안상의 이유로 와이파이를 구축하지 못했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등이 병원 내에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군 의료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군 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와이파이를 구축했다는 게 이 병원의 설명이다. 수도병원이 이런 정도니 예하 군병원 사정은 짐작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아직은 와이파이 이용이 자유롭지 않은 편이다. 병원 내 와이파이를 쓰려면 환자나 보호자, 의료진 모두 사전에 병원에 휴대전화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병원 관계자들은 한참이 뒤늦은 '와이파이 서비스'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해야 할 처지다.
사실 군 병원의 낙후된 의료서비스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군에서 다친 아들을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게 해달라고 읍소하겠는가.
물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에서 채용한 현 수도병원장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점은 인정되는 부분이다.
수도병원에 민간병원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외상센터를 설립하고 감염병 전용 음압병실을 구축했다. 또 중증질환 장병을 민간병원에 위탁해 진료하거나, 수도병원 전체를 민간 대학병원에 맡겨 운영하는 방안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유명 대학병원에서 명의로 이름을 떨쳤던 의사들을 채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6월부터는 병원 앞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위압감을 주는 위병소도 없앤다고 하니 군과 국군의무사령부 입장에서는 '상전벽해'와 같은 개혁으로 여기질 만 하다.
하지만 손뼉을 쳐주기에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한국의 민간 의료기술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를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는데, 군 병원은 이제야 와이파이 구축을 자축해야 하는 정도란 말인가.
더욱이 보안 문제 때문에 이런 시스템 구축이 늦었다는 군의 해명에는 화가 날 지경이다. 보안이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국군 장병의 건강이 더 중요한 것인지 군에 묻고 싶다.
국방부와 군 병원이 아픈 장병들의 병을 더 키운다는 지적을 듣지 않으려면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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