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노령화 사회'?…누적 등록견 중 7∼12세가 절반
실버犬 상품도 봇물…혈당관리 사료부터 유기농 순면 팬티까지 고급화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람으로 치면 '할아버지·할머니'에 해당하는 노령견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업계는 이에 맞춰 혈당관리 식사 제품에서부터 위생팬티까지 다양한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국내 누적 등록된 전체 반려견 가운데 사람의 장년·노년층에 해당하는 7∼12세 개체가 절반에 가까운 45.56%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견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개는 7세가 넘어가면 노령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이 연령대의 노령견은 심장 질환, 신장 질환, 부신피질기능항진증, 유선종양, 자궁축농증, 백내장 발생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기 때문에 반드시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등록 반려견의 출생연도는 올해 만7세가 되는 2012년생이 10.90%로 가장 많았다. 6세에 해당하는 2013년생은 10.08%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이어 ▲8세(2011년생) 9.12% ▲9세(2010년생) 7.78% ▲10세(2009년생) 7.0% ▲11세(2008년생) 5.96% ▲12세(2007년생) 4.80% 등의 분포를 보였다.
노령으로 간주하는 7∼12세가 국내 반려견 개체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반려견도 '고령화 사회' 쪽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물론 이 통계는 반려견의 사망을 반영하지 않았고, 등록된 개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확한 비율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실버견(犬)'을 겨냥한 다양한 이색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제품보다는 값이 나갈 수밖에 없어 새로운 고부가 가치 시장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개월간 노령견 전용 사료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뛰었다.
'더독 닥터소프트 치킨 노령견용 사료'는 열(熱) 발포처리 과정을 거쳐 치아가 약한 노령견도 잘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제조했다.
'아미노파워 노령견용 영양제 아미노산 글루코사민'은 노령견의 관절과 연골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넣었다.
이곳에서는 노령견을 위한 위생 속옷인 '이츠독 오가닉 삐약이 위생팬티'도 팔리고 있다. 유기농 면 100% 소재로 만들어 나이가 많은 반려견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게 G마켓의 설명이다.
반려동물 식품업체 네슬레 퓨리나는 아예 노령견의 혈당을 관리하는 수의사 처방식 'DM'(Diabetics Management)을 내놨다. 복합탄수화물과 식이섬유 성분이 혈당 급상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네슬레 퓨리나 관계자는 "'퓨리나 원' 브랜드에서 7세 이상과 11세 이상 노령견용 제품을 팔고 있다"며 "특히 '초 노령견'이라고 볼 수 있는 11세 이상 제품 매출액은 지난해 전년보다 5% 증가했다. 그만큼 노령견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