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비상사태 무력화 결의안 표결…트럼프 "거부권 행사할것"(종합)
"결의안 찬성은 펠로시와 범죄 위한 표"…공화 이탈표 차단 집안단속
거부권 행사 현실화되면 임기 중 첫 사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했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다. 앞서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상원에서 국경 안보와 장벽(이미 주요 공사가 진행 중인) 관련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중대 표결이 있다"며 "나는 필요시 거부권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쪽 국경은 국가 안보 및 인도주의적 악몽에 처해 있지만,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경 거부자들'(Border Deniers)이다. 그들은 남쪽 국경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범죄, 마약, 인신매매에 대해 보거나 인정하길 거부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가비상사태 무력화 결의안에 대해 "아마도 나는 거부권을 행사해야만 할 것"이라며 자신이 권한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고수했다고 풀 기자단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격이라고 규정하며 공화당 내 이탈표를 막기 위한 집안 단속에도 적극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저명한 법학자들도 남쪽 국경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대응 및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조치가 합헌적이며 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추후 의회가 관련법을 보완하려고 한다면 나는 그러한 시도들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오늘의 이슈는 장벽 안보와 범죄 문제이다!!! 펠로시를 위해 표결하지 마라"면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오늘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다면 이는 낸시 펠로시와 범죄, '열린 국경 민주당'을 위한 표가 될 것"이라며 공화당 내 단일대오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 엄포'대로 결의안의 상원 통과 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들어 거부권 행사 1호 사례가 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배정이 여야 합의 결렬로 무산되자 관련 예산 마련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민주당은 "삼권 분립에 따른 의회 예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결사 저지 입장을 밝혀왔다.
결의안이 하원에 이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원에서도 통과하려면 공화당 내에서 4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현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결의안에 찬성한다고 가정할 때 공화당에서 4명 이상 이탈하면 찬성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까지 공화당 내에서 결의안 찬성 입장을 밝힌 상원의원은 5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결의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마저 통과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장벽 건설사업이 공화당 내부 구심력 약화로 제동이 걸리는 듯한 모양새가 돼 리더십에 일정 부분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의안이 상원 문턱을 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최종적으로 빛을 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내다봤다. 거부권을 뒤집고 법안을 제정하려면 재적 의원의 3분의 2에 달하는 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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