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가입 무산될 듯
국정조정위원회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다" 경고 의견
유럽과 거래 전담 '인스텍스' 가동에 걸림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
이란 헌법기구인 국정조정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FATF 가입을 위한 법안을 의회가 가결하는 것은 '전략적인 실수'라면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정조정위원회는 "FATF, 테러자금조달방지(CFT) 등에 가입하는 것은 적의 요구에 응하는 결정이다"라며 정부에 제동을 걸었다.
국정조정위원회는 의회와 정부, 헌법수호위원회(이란의 상원에 해당) 등 헌법기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견을 조정하는 헌법기관으로 최고지도자가 위원을 임명한다.
국정조정위원회의 의견은 통상 최고지도자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정부는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의 제재를 돌파하려고 유럽과 교역을 유지하려고 FATF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FATF 가입과 관련한 4개 법안을 지난해부터 의회에 상정했고 의회는 이를 두 차례 가결했다.
그러나 헌법수호위원회가 모두 이를 반려, 현재 수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FATF가입이 무산되면 그 자체에만 그치지 않고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회사 '인스텍스' 가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올해 1월 프랑스에 설립 신고된 인스텍스는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핵합의 서명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제안한 '금융 우회로'다.
유럽 측은 이를 설립하면서 "인스텍스는 돈세탁 방지와 돈세탁·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와 관련한 최고의 국제적 기준과 EU와 유엔의 제재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EU 3개국은 이란이 속히 FATF가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이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란은 FATF 가입이 인스텍스 가동의 선행 조건이 아니라고 반발하지만 EU 측은 이를 구실로 발을 조금씩 뺄 수 있다.
FATF는 현재 이란과 북한을 2단계의 '고도 주의 요구'(블랙리스트. 자금세탁방지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발견돼 거래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국가) 해당국으로 분류한다.
이 기구의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다른 회원국 대부분이 이를 이유로 해당 국가와 금융 거래를 제한한다.
이란 정부는 이를 우려해 FATF 가입이 국익과 안보를 해치지 않는다고 설득했지만 이란 내 보수세력은 FATF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서방의 '금융 사찰'을 허용하는 셈이어서 역내 친이란 무장조직과 시리아 정부 등을 지원할 수 없게 된다며 반대한다.
국정조정위원회의가 이날 FATF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보수세력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됐다.
이 조직은 성명에서 이란의 경제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외국과 교역이 아니라) '저항 경제'의 원칙에 따라 국내 자원을 이용해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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