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2층 깊이 녹사평역, 정원 갖춘 공공미술관으로 재탄생(종합)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개찰구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텅 비어있던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이 공공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14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녹사평역 지하예술 정원'을 개장했다. 지난해 8월 첫 삽을 뜬지 약 7개월 만이다.
2000년 문을 연 녹사평역은 역 천장 정중앙에 반지름 21m의 유리 돔이 있고, 그 아래를 긴 에스컬레이터가 가로질러 내려가는 특이한 구조다.
역의 지하 1∼4층 깊이는 35m로 민간 건물 지하 11층에 해당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반적인 층고를 갖춘 지하 5층 승강장까지 고려하면 역 전체는 지하 12층 정도의 깊이"라고 말했다.
이런 깊이와 6천㎡의 연면적은 과거 지하철 11호선과 서울시 용산 신청사 건설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들이 모두 무산됨에 따라 개찰구와 기계실로 사용되는 지하 2∼3층 공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어있는 상황이다.
시는 이태원·경리단길·해방촌은 물론 향후 조성될 용산공원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이곳을 스쳐 지나가는 공간에서 시민이 머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역의 특수한 구조를 고려해 이용객이 지하 1층에서 5층으로 내려가면서 '빛과 숲을 지나 서서히 땅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국제 공모를 통해 녹사평역의 상징인 유리 돔 아래의 중정 안쪽 벽 전체에 얇은 메탈 커튼을 달아 돔으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도록 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감이 연출된다.
4층 원형 홀은 600여개 식물이 자라는 지하 정원을 조성하고 '숲'을 테마로 한 예술작품도 설치했다.
이런 작품을 모든 시민이 볼 수 있도록 지하 2층에 있던 개찰구도 지하 4층으로 옮겼다. 지하 5층 승강장은 지층의 흐름과 무늬를 표현한 작품이 자리했다.
박 시장은 "녹사평역은 과거 서울시청 이전 계획하에 만들어진 최고의 지하철인데 그간 마치 숨겨진 보물처럼 녹슬고 빛이 바래 있었다"며 "이번 예술 프로젝트로 다시 살아나게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박물관, 미술관이 아니라 일상 속 삶의 예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하루에 수백만 명 유동인구가 다니는 지하철역을 전반적으로 그렇게 만들 생각"이라고 전했다.
시는 녹사평역 공공예술 정원 개장과 함께 역부터 용산공원 갤러리까지 도보 투어하는 '녹사평 산책' 프로그램을 이날부터 시작한다.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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