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궤도 먼지 고리에 관측 안 된 소행성 숨어 있을 수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실제 관측 과제 남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은 여러 개의 먼지 고리가 둘러싸고 있으며, 지구 안쪽에 있는 금성 궤도의 먼지 고리에는 아직 관측되지 않은 소행성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먼지 고리는 태양계 형성 초기 먼지·가스 원반에서 행성이 만들어질 때 쓰이고 남은 알갱이나 소행성 충돌의 잔해, 혜성이 남긴 부스러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13일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천체물리학자 페트르 포코르니 박사 연구팀은 금성 궤도에서 태양을 고리 형태로 싸고 있는 먼지의 출처를 규명하기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회보(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최신호에 밝혔다.
포코르니 박사는 우선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 벨트'에서 만들어진 먼지들이 태양계 안쪽으로 끌려 들어와 지구와 금성 궤도의 먼지 고리를 형성하는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돌렸으나 지구 궤도의 먼지 고리만 형성할 뿐 금성의 먼지 고리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소행성 벨트 이외에 오르트 구름 혜성이나 핼리형 혜성, 목성족 혜성 등 태양계 내에서 먼지 고리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암석형 천체를 모두 대입했으나 금성 궤도의 먼지 고리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연구팀은 금성 궤도의 먼지가 소행성 벨트보다 훨씬 더 금성과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졌으며, 소행성들이 금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같은 궤도를 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추론을 하게 됐다. 지구 바로 옆에 있으면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태양 가까이 있어 태양 빛의 간섭 없이 지구에서 관측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으로 봤다.
연구팀은 또 이 소행성들이 금성 궤도를 같이 돌 때 현재와 일치하는 먼지 고리를 형성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이 소행성들이 소행성 벨트를 비롯해 다른 곳에서 옮겨 왔을 가능성은 희박함에 따라 태양계 형성 때부터 금성 궤도 주변에 약 1만개의 소행성이 있는 모델을 다시 만들어 돌렸다.
약 45억년간 행성들 간 중력 효과까지 모두 적용한 결과, 약 800개의 소행성이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계 형성 초기에 금성 궤도 인근에서 소행성들이 형성된 뒤 일부가 현재까지 살아남았으며, 이들이 금성 궤도의 먼지 고리 재료가 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이 소행성들을 실제로 찾아내는 것으로, 포코르니 박사는 성명을 통해 "무언가 있다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금성 궤도를 같이 도는 소행성의 존재는 허블과 같은 우주망원경이나 쌍둥이 태양 탐사선 '스테레오(STEREO)' 같은 행성 간 이미지 위성을 통해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성 궤도 소행성의 존재가 확인되면 지구와 금성의 초기 역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태양계 내 화학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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