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아픔 느끼는 스마트 건축물…부산대 원천기술 개발
스스로 진동·변형 등 미세한 변화 감지…건축물 안전진단 한계 극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인간은 신경이 온몸에 퍼져 있기 때문에 아픔을 감지하고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아 건강을 유지한다.
인체 신경망에 상응하는 광섬유 센서를 탑재한 건축 구조물이 스스로 진동·변형 등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안전을 진단하는 원천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부산대학교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김창석 교수 연구팀은 스마트 건축물에 활용 가능한 실시간 준분포형 광섬유 센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팀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자연과학 전문지인 네이처 학술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온라인판에 지난 8일 발표됐다.
이 연구는 지진이나 산사태·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도심 지하 터널 발파, 공사장 터 파기 진동, 충돌사고, 노후화 붕괴 등에 대응해 고층건물·철도·교량·터널·발전소·선박·플랜트 등이 미세한 진동이나 변형·구조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 가능한 센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기존 전기 센서나 광섬유 센서는 측정 개수와 속도 성능에서 한계를 보여 스스로 안전을 진단하는 스마트 건축 구조물에 보편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 연구팀은 안과 진료와 뇌 인지 이미징 등 의료용 광영상 컬러 변조 레이저를 위해 개발했던 '무한반사 공명 기술'을 산업용 광섬유 센서에 융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기술에서는 동일한 반사 컬러 광섬유 브래그 격자 배열형 센서(FBG)를 수백 개 이상 연결하더라도 각각 미세 진동을 분리해 변조 할 수 있고 동시에 초고속 실시간 계측도 가능하다는 획기적인 실험 시연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극한 상황에서 광섬유 센서 성능을 증명하고자 일반 건축물 보다 훨씬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는 악기 기타 줄까지 시연에 사용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창석 교수는 "건축물을 지을 때 곳곳에 광섬유 센서를 설치하면 어디서 어떤 진동이나 변형이 일어나는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스마트한 방식"이라며 "기존 방식에서 동시 측점 지점이 10여 개를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무한반사 공명 기술을 이용해 수백여 개 지점별 미세 진동을 초고속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기본 아이디어와 관련해 국내외에 사전 특허출원과 원천기술 등록을 마쳤고 국내 최대 광섬유 전문 기업인 대한광통신으로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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