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대통령 '5선포기' 발표에도 시위 계속…"속임수 안돼"
수도 알제 등에서 수천명 시위…대선 연기 놓고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82)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알제 등 도시 여러 곳에서 알제리인 수천명이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발표한 직후 국민이 기쁨을 표현했던 거리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시위 공간으로 돌아갔다.
알제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 수백명은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우리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4번째 임기가 연장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지질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리아드 라베드(22)는 "부테플리카가 국민의 동의 없이 임기를 연장할 권한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생 누레디네 하비(25)는 로이터에 "모든 시스템이 당장 사라져야 한다"며 "우리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향해 '시간끌기'에 나서지 말고 빨리 권력을 내려놓으라는 경고다.
실제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 시위대가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
부테플리카는 11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오는 4월 18일 예정됐던 선거를 연기한다며 정부가 '국민회의'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대선일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물러난다는 내용이 없다.
dpa통신은 대선 연기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권좌에 머물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공식적인 임기는 오는 4월 29일까지다.
이런 점에서 부테플리카가 일방적으로 선거를 연기하고 임기를 연장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헌법 전문가인 파티하 베나부 알제대 교수는 "선거를 연기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부테플리카의 선거 연기가 논란을 빚으면서 알제리의 정국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공산이 크다.
1999년 취임한 뒤 5년씩 4차례나 이어 집권한 부테플리카는 고령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대학생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3주가량 이어지고 있다.
그는 2013년 뇌졸중 증세를 보인 뒤 휠체어에 의지한 생활을 하면서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이유로 스위스 제네바의 대학병원에 2주간 입원했다가 지난 10일 급거 귀국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1990년대 약 10년의 내전을 치른 알제리에서 평화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집권이 장기화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로 흐른다는 비판과 함께 부패 논란에도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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