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외부감사 부담 줄인다…'비적정 상장폐지' 제도 개선
비상장사 공정가치 평가 예외 인정…금융당국 감독지침 마련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상장사가 외부감사 결과 적정의견을 받지 못하면 곧장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현행 상장관리제도가 개편된다.
또 벤처캐피탈 등의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비상장사 투자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기준이 완화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공인회계사회, 상장사협의회 등과 '기업의 외부감사 부담 완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런 방침을 발표했다.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적정 감사의견을 받지 못해 재감사를 받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대거 퇴출당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올해는 그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상장관리 규정상의 미비점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상 상장사는 외부감사 결과 거절·한정 등의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바로 상장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부감사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거래소와 협의해 상장관리 제도 개선방안을 이달 중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회계기준과 법령의 구체적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사항과 관련해 마련한 감독지침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벤처캐피탈 등의 비상장사 투자지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에 예외를 두는 방안이 담겼다. 이는 창업 초기거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외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운 경우 외부감사 시 사정이 적절히 고려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외부감사인이 기업 경영진의 회계 부정 확인을 위해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요구해 기업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과 관련해서는 외부감사인이 내부감사기구에 통보하고 경영진의 자진 시정을 우선하여 유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공인회계사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연내에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거나 회계처리 자문을 하지 못하도록 한 외부감사법과 관련해 다소 완화된 법령해석도 제시됐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직접적인' 개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기업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신외부감사법 시행으로 외부감사가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진행되면서 기업 활력이 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에도 외부감사인과 감독기관의 업무수행 방식이 과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회계처리 책임 강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들이 외부감사인이 기업에 과도한 수감 부담을 지우는 근거로 오용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현장에서 불필요한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해 감독지침이나 법령해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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