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엿한 초등생"…팔순 앞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도전
보은 회인·관기초교 할머니 학생 '눈길'…"새 삶 얻은 기분"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지난 11일 충북 보은 회인초등학교에는 특별한 새내기가 들어왔다. 1943년생으로 올해 77세인 김풍자 할머니다.
그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큰아들 손을 잡고 처음 등교해 조촐한 입학절차를 밟았다. 학교 측은 1주일 먼저 입학한 다른 입학생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학용품 세트를 선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응원했다.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그는 지난 1월 남편을 여읜 뒤 자식들이 모인 자리에서 배움에 대한 미련을 토로했다.
슬하의 2남 3녀는 모두 대학을 나와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지만, 가족 뒷바라지에 바빴던 그는 칠순을 훌쩍 넘기도록 '까막눈'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버스 표지판이나 계산서 등을 읽지 못해 낭패 본 적도 여러 번이다.
뒤늦게나마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기로 결심한 자녀들은 학교 측에 입학 가능 여부를 타진, 1주일 만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최영순 회인초 교장은 "조기입학은 만 5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지만, 만학 규정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아 입학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할머니는 등교 첫날 증손자뻘인 동급생 5명과 어울려 학교생활 안내에 참여했다. 난생처음 점심 급식도 받았다.
그는 "이제라도 배울 수 있게 된 게 꿈만 같다"며 "6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 진학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관기초등학교에도 팔순을 바라보는 강명자(79) 할머니가 재학한다.
그는 78세 나던 지난해 늦깎이 초등학생이 돼 1년 내내 개근하면서 향학열을 불태웠다. 방학 기간에도 시간 가는 게 아까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돌봄교실에 참가했을 정도다.
그는 "뒤늦게 공부하는 게 쉽지 않지만,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으로 스쿨버스에 오른다"며 "나이 때문에 금방 배운 것도 돌아서면 가물가물해 예습·복습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귀숙 관기초 교장은 "강 할머니는 학과뿐 아니라 컴퓨터, 미술 등을 배우는 방과 후 교실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며 "그의 열정이 어린 학생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어린 농부' 프로그램에서는 강 할머니가 일일 교사로 나서 교직원과 급우들에게 농사를 가르쳤다"며 "교실 밖에서는 그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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