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특정 민족과 국가, 인종, 성별 등을 겨냥한 차별·혐오 발언인 '헤이트 스피치' 행위에 대해 처벌을 검토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 추진안을 마련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가와사키시가 이날 시의회에 제시한 조례 추진안 명칭은 '차별이 없는 인권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가칭)다.
조례안의 골자는 인권 관련 시책을 계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시의 책무로 규정하고 '인종, 국적, 민족, 신조, 연령, 성별, 성적 지향, 출신, 장애 등의 사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불평등하게 취급하는 문제를 해소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외국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문제를 시정토록 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금지나 인터넷을 이용한 차별적 표현 활동에 대해선 '실효성 확보를 도모할 시책'으로 벌칙을 넣을지 검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시장의 자문기관으로 차별방지 대책 등을 심사할 기구를 두도록 했다.
가와사키시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인권시책추진협의회 등이 내놓는 의견을 바탕으로 조례 초안을 만든 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 3월 말까지 제정을 마칠 방침이다.
후쿠다 노리히코(福田紀彦) 가와사키 시장은 벌칙을 두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차별을 없애는 것과 헌법이나 법률과의 합치 문제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벌칙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장벽도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와사키시가 헤이트 스피치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벌칙을 적용하는 조례를 만들면 일본에서는 첫 사례가 된다.
일본은 2016년 5월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수준의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만들었지만 이 법에는 벌칙 조항이 없다.
이런 가운데 가와사키시는 헤이트 스피치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작년 3월부터 일본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시설 이용제한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지침)을 시행했다.
가와사키시는 이 지침에 따라 작년 12월 시영 교육문화회관에서 강연회를 개최하려는 우익단체에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하지 않는 등 관계 법규를 확실히 준수하라"고 통보한 뒤 이용을 허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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