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美오로라시 '유관순의 날' 제정 주역 오금석씨
"日 압박 없으면 내년 콜로라도주의회도 채택 가능할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2019년 3월 1일은 3·1 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다. 콜로라도주 오로라시는 이를 기념한다. 시장인 나 밥 리게아는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선포한다. 모든 시민은 관심과 지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
리게아 오로라 시장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시청에서 10명의 시의원 전원과 시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유관순의 날'을 선포했다.
이 자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한 50여 명의 한인 중 오금석(미국명 다니엘 오·70) 씨는 그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이날을 제정하기 위해 발로 뛴 주역이다.
서울을 방문한 오 씨는 8일 기자와 만나 "선포식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울컥하고 감격스럽다"고 했다.
"한인 차세대들에 유관순 열사를 알리고, 그가 찾으려고 했던 조국 대한민국과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김 씨는 선포식 사흘 뒤 서울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3·1 운동 유엔 유네스코 등재 기념재단' 공로상 수여차 방한했다. 이 재단 덴버 지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오로라시는 앞으로 매년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기념하며 관련 행사를 지원할 것입니다. 우선 미국 교사들이 학교에서 유관순을 가르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로라시의 '유관순의 날' 제정은 오 지부장의 인맥 덕분이었다.
그는 1975년 유학차 태평양을 건넜다가 콜로라도에 정착했다. 주지사 사무실 소속 아시아태평양자문위원회 자문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다 '아시아 태평양 커뮤니티 재단'을 창립했다. 주내 '아시안 라운드 테이블'도 아시아인들의 정치력 향상을 위해 뛰었다. 또 오로라시 인간관계위원회 커미셔너로도 활약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오로라 시장과 시의원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 등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그가 '유관순의 날'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지난 1월 중순께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뉴욕주 의회가 이날을 결의하는 것을 보고서다.
오 지부장은 시장과 시의원 전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이메일을 보냈다. 유관순이 누구이고, 한국인에게 3·1운동은 어떤 의미인지, 왜 유관순의 날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날을 만들려는 오금석은 누구인지 등을 담을 내용을 나눠서 차례로 보냈다.
이에 시의원들이 "잘 봤고, 동의한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리게아 시장은 묵묵부답이었고, 오 지부장은 4번째 이메일을 보내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이미 우리는 프로세스 중이며 통과가 될 것 같다"고 긍정의 신호를 전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안 현지 일본 총영사가 시장을 찾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우려가 있다. 심히 유감스럽다. 수습해 달라"고 압박했지만 리게아 시장의 생각을 돌리지는 못했다.
"역사 자료 수집을 비롯해 제정·선포까지 보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쌓아온 인맥 때문이죠. 내년에도 일본의 방해만 없으면 콜로라도 주의회에서 '유관순의 날'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는 4월 중순께 한국학교 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3·1운동 글짓기 및 사생대회를, 6월 중순에 로키 마운틴 YMCA 캠프에서 한인 입양인 800여명을 초청해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한 교육을 각각 진행할 계획이다.
오 지부장은 컨설팅 업체인 '골드스톤'을 운영하고 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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