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세포가 심장이 될까…생쥐 세포분화 '로드맵' 발견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배아 세포 분리 추적 '성공'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의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하면서 하나의 개체로 분화하는 발생 초기 단계를 배아(embryo)라고 한다. 첫 번째 세포 분열을 시작해서 태아가 되기 전까지, 통상 임신 2주에서 8주까지를 말한다.
태아 때는 신체의 기초적 체제가 결정되는 개체 발생이 진행되는데 그 중심에 배아줄기세포가 있다. 모든 신체기관과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이 '분화 전능(totipotent)' 줄기세포의 비밀을 풀면 의학의 일대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신비의 베일에 싸여 있던 태아 발달의 비밀 가운데 중요한 한 조각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과학자들에 의해 풀렸다. 관련 연구보고서는 과학 저널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실렸다.
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로 밝혀진 부분은, 배아의 자궁 착상 기부터 첫 번째 '해부학적 축(anatomical axis)'의 형성기까지 벌어지는 세포 분화 메커니즘이다.
배아가 신체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 바로 이 축이다. 해부학적으로 완전한 하나의 면(관상면)이 형성되는 것도 이 시기다. 이 단계를 매끄럽게 넘기지 못하면 태아가 기형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 들어서는 세포들의 발달 상태가 항상 균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개별 배아 세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기 위해, 발달 초기 단계의 생쥐 세포 1천724개를 샘플로 단세포 R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들 세포는 최초 세포 분열 후 5.25일부터 6.5일 사이의 28개 배아에서 나온 것들인데, 각 세포는 8천577개 유전자의 평균 발현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어 생물 정보학 분석 기법으로 유전자별 활성 여부를 가리고, 이를 토대로 세포들을 유형별로 분류해 유전자의 발현 순서를 알아냈다. 세포 분화를 제어하는 여러 분자 사건의 '로드맵'은 이렇게 윤곽을 드러냈다.
연구팀의 책임자인 덩 차오린 세포·분자생물학 교수는 "각 세포의 분화 과정을 분리해 추적할 수 있다는 건 발달 생물학의 성배와 같다"라면서 "초기 배아가 최초의 공간 방위(spatial orientation) 정보를 받기 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처음 밝혀냈고, 아울러 배아 세포들이 미래의 머리-꼬리 축(head-tail axis)을 따라 서로 다른 분화의 길을 걷는다는 걸 잠정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해부학적 축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여성 배아에선 동시에 또 다른 중요한 과정이 진행된다.
여성 배아는 생물학적 부모 양쪽에서 하나씩 두 개의 X염색체를 받는다. 이전의 생쥐 실험에선, 복제된 부계 X염색체가 먼저 완전히 꺼져, 여성 배아의 유전적 활성도가 남성의 두 배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복제된 부계 X염색체는 태반과 난황 주머니를 형성하는 세포에선 꺼져 있다가 배아 세포에서 다시 활성화됐다. 그래서 모계 X염색체 또는 부계 X염색체가 무작위로 비활성화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연장선에서 여성 배아가 '모자이크' 세포군처럼 되고, 그 안에서 모계든 부계든 어느 한쪽 X염색체가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부계 X염색체가 지금까지 인정된 정도까지 비활성화하지는 않는 것으로 입증됐다.
덩 교수는 "분자의 측면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다시 활성화된다던 부계 X염색체가 원래는 완전히 꺼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배아세포에서 (X염색체가) 무작위로 비활성화하는 비율도 다르게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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