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인공증우'의 스모그 해소 효과 놓고 논란
도움 된 적 있지만 종종 실패…건조한 베이징은 시도조차 못해
"비싸고 일시적인 '진통제'"…"바람 못 만들어 효율 낮다" 지적도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특파원 = 한국이 최악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받아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중국에서는 인공강우의 오염물질 저감 효과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대기오염에 인공강우로 대응하는 방법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일부 지방 당국이 실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7일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스모그 감소에 도움이 된 적도 있었지만, 실패로 끝난 일도 적지 않았다.
최근의 사례로는 안후이성 여러 지역에서 지난해 11월 30일∼12월 3일 '인공증우' 작업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인공강우를 일반적으로 '인공증우'라 부른다. 마른하늘에 비가 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릴 비를 더 내리도록 한다는 뜻이다.
안후이성의 성도 허페이 등 16개 지역에서 당시 촉매제를 실은 로켓 289발을 발사했다. 빗물로 오염물질이 씻겨 내려간 덕분에 12월 4일에는 공기 질이 눈에 띄게 개선돼 대기오염 주황색 경보가 해제됐다.
후베이성 우한에서는 2017년 1월 4일 새벽과 5일 새벽에 몇몇 지점에서 인공증우 작업을 했고 시 전역에서 평균 23㎜의 비가 내려 스모그를 완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달 4∼8일 저장성 사오싱에서도 인공증우를 실행했다.
시안과 그 일대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기 인공증우로 오염물질을 저감한 사례가 있다.
장쑤성 난징시는 2011년 공기 질 경보와 인공증우 연동 방안을 내놓은 뒤부터 공기 오염이 일정 수준을 넘어 경보가 발령되면 난징기상국의 담당 부서가 인공증우 작업을 실시한다.
난징에서는 2012년을 시작으로 인공증우 작업이 적어도 10여차례 있었으며 효과가 뚜렷한 적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상조건이 맞지 않아 실패한 적도 여러 차례다.
난징에서는 2013년 1월 29∼30일에는 3차례 인공증우를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오염이 이어졌다.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바람이 비교적 약했기 때문이었다.
후난성 우한에서는 11일 연속 스모그로 13년만의 최장 기록을 세웠던 2013년 1월에 1차례 항공기 인공증우 작업을 했는데 구름 속의 수분이 부족해 스모그 제거에 실패했다.
중국기상국이 2012년 11월 발간한 '대기오염방지 행동계획' 실행방안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기상부문은 대기오염 날씨에 인공적으로 조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모그에 대응하는 인공증우는 아직 실험 단계라는 평이다.
베이징에 있는 한중환경협력센터의 양명식 센터장은 중국이 60년 전부터 가뭄 해결을 위해 인공강우를 시작해 이 분야의 기술이 매우 앞서있다면서도 "인공강우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은 중국도 초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공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비구름과 습도, 온도, 풍속 등 기상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드라이아이스, 요오드화 등 촉매제를 공중으로 발사하면 촉매제가 수분을 흡수해 강우량을 늘리는 원리다.
구름은 많고 두꺼워야 하며 구름층에는 수분 함유량이 많아야 한다.
가령 난징에서는 2013년 1월초와 2016년 1월 초에 각각 인공증우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기상조건 때문에 실행하지 못했다.
건조한 기후로 유명한 베이징에서는 이런 조건 때문인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인공증우 사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때로는 로켓 한 발로 5∼6㎢ 넓이에 제법 많은 비를 뿌리게 할 수 있지만 여러 발을 쏘고도 비가 찔끔 내리고 말 수도 있다.
부슬비는 오더라도 효과가 없으며 강우량이 비교적 많을 때만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작용을 할 수 있다.
바람이 적고 습도가 높을 때는 인공증우의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실제로 여름철 풍속이 느리고 습도가 높은 날씨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단기적으로만 떨어진다. 시간이 지난 후에는 지면의 수증기 증발로 에어로졸(대기 중의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 확산이 어려워져 당일의 평균 농도가 오히려 올라갈 수도 있다.
인공증우 작업으로 충분한 비를 내리게만 한다면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마오제타이 베이징대 물리학원 교수는 "사람들은 비가 내린 뒤에 공기가 신선해지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데 이는 비가 오염물질을 씻어낸 결과라기보다는 강우 과정의 바람 때문"이라면서 "바람이 없다면 인공강우의 효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다.
인공증우는 비만 내리게 할 뿐 바람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스모그 제거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이 비나 눈을 많이 내리게 하는 기술은 충분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인공증우가 스모그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매우 단기적이고 국지적이며 그리 뚜렷하지도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인공증우 작업을 한 지역 주변의 오염물질이 많으면 금세 공기 질은 원래대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스모그가 여러 성에 걸쳐 넓게 나타나는데 촉매제로 비를 재촉하면 몇 개 도시는 오염도가 낮아질 수 있더라도 비가 그치고 나서 전체 지역의 스모그가 밀려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인공증우를 특효약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껏해야 일시적인 '진통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난관이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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