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키우려다 되레 해칠라…마스크 낀 실내 체육수업
경기지역 학교체육관 공기정화장치 전무…체육관 공기질 오십보백보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미세먼지 악화로 학교 각급 학교의 체육수업이 실내 활동으로 대체되고 있으나 정작체육관, 강당 등 실내 공기 질이 야외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교육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기존의 교내 체육관에는 공기정화장치가 전무한 실정인데, 당국은 예산 문제로 설치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체력을 단련해야 할 체육수업 시간이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가 발령 중인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A고등학교 체육관에선 1학년 학생들의 체육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미세먼지 측정기로 체육관의 공기 질을 재보니 초미세먼지가 60㎍/㎥ 안팎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같은 기계로 체육관 밖의 공기 질을 측정해보니 50㎍/㎥ 초반을 나타냈다.
화성의 B중학교 교장은 "인근 학교에서 체육관 공기 질을 측정해보니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라며 "체육관도 교실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할 공간인 만큼 조속히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내 1천500여개 학교 체육관의 사정은 거의 비슷했다.
도교육청 시설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새로 짓는 체육관에는 공기정화장치가 들어가지만, 그전에는 그런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체육수업을 운동장이 아닌 체육관 등 실내에서 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대체 공간의 공기 질은 그동안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탓이다.
이 때문에 바깥보다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체육활동을 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교실이나 체육관 등 수업 시간에도 마스크를 쓰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방역 마스크를 쓴 채 체육수업을 하던 임모(17)양은 "지난 이틀간 마스크를 쓰지 않았더니 목이 아파 오늘은 마스크를 썼다. 답답하긴 하지만 아프니 어쩔 수가 없다"라고 했다.
체육 교사 정모(54)씨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많은 아이가 활동하기 때문에 체육관 공기 질이 좋지 않은 건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라며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기존 학교 체육관의 공기 질 개선을 위한 연구를 해본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공기정화장치 설치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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