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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했지만 의결은 못해…발목잡힌 경사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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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는 했지만 의결은 못해…발목잡힌 경사노위
노동계 대표 3명 보이콧…국회 입법엔 차질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첫 성과로 내놓았지만, 이 합의에 발목을 잡혔다.
경사노위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개선을 포함한 노·사·정 합의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중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전날 불참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참석은 취소되고 경사노위는 이날 문성현 위원장 주재하에 비공개로 본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경사노위 최고 의결 기구인 본위원회는 노·사·정을 대표하는 위원 18명으로 구성되는데 재적 위원의 과반수가 출석하고 노·사·정 가운데 어느 한쪽 위원의 절반 이상이 출석해야 의결 정족수가 충족된다.
현재 본위원회 근로자위원은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4명이다. 여기에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빠지면 1명만 남아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입장문에서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과정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배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저희 3단체는 (탄력근로제 합의를) 언론 속보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다"며 "탄력근로제를 논의하는 문제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1차 본위원회에서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에 계층별 대표 1인의 위원 참여도 제안했지만 거부됐다"고 지적했다.
문성현 위원장 "경사노위 의사결정 구조, 근본대책 세울 것"/ 연합뉴스 (Yonhapnews)
작년 11월 출범한 경사노위는 과거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주요 노·사단체뿐 아니라 사회 변화를 반영해 청년, 여성, 비정규직,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대표도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원회의 탄력근로제 개선 논의는 주요 노·사단체 대표와 공익위원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에 반발한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는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최종 의결하는 본위원회를 앞두고 이를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문성현 위원장은 5일 이들을 직접 만나 설득작업을 했다. 김병철 위원장과 나지현 위원장은 문 위원장과 면담한 직후 본위원회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막판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결국 본위원회에 불참하기로 한 것은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으로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참여했지만, 노동계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여전히 강하다.


반대론자들은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탄력근로제 합의가 시행되면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와 임금 감소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경사노위가 떠맡게 됐을 때부터 노동계 안팎에서는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정부가 경영계 요구에 따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정해놓고 경사노위 논의에 부쳐 '답정너'(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 밀어붙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민주노총이 장외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경사노위 논의에 참여한 한국노총의 부담도 컸다.
민주노총은 이날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가 경사노위 본위원회에 불참하기로 한 데 대해 "민주노총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반대해왔던 의제를 정부와 국회가 무리하게 추진하며 소모적인 논의를 벌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한과 답을 정해놓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성과주의식 절차도 문제"라며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은) 경사노위 제도 아래에서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 추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 배경에는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했더라면 탄력근로제 합의 자체가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노동시간 제도 개선위가 내놓은 합의보다는 수준이 낮더라도 노동계의 폭넓은 지지를 담보할 수 있는 합의가 나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도 입장문에서 "아직도 경사노위에 들어오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은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장외 투쟁만으로 전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초 경사노위는 이번 본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외에도 고용안전망 개선 합의, 디지털 전환에 대비한 공동 과제 합의를 최종 의결하고 양극화 해소 위원회와 버스 업종 위원회 발족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를 포함한 의제별 위원회 합의를 최종 의결하는 것은 형식적인 절차로, 지연된다고 해도 법제화 등에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국회는 경사노위 최종 의결과는 상관없이 탄력근로제 개선 합의 내용을 토대로 관련법 개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 위원회와 버스 업종 위원회 발족은 본위원회 의결이 필요해 향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ljglo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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