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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빚어낸 욕망…영화 '그때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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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빚어낸 욕망…영화 '그때 그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탈리아 출신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실존 인물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 뛰어난 미장센을 더한다. 그리고 '그레이트 뷰티'(2013), '유스'(2015) 등에서처럼 남성 노인이 전면에 나온다.
7일 개봉한 영화 '그때 그들'에도 어김없이 남자 노인이 등장한다. 이탈리아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모습으로다.
'일 디보'(2008) 이후 소렌티노 감독이 실제 정치인을 다루기는 두 번째다.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토니 세르빌로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를 연기했다. 영화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베를루스코니가 실각했다가 다시 재임에 성공한 시기를 그렸다.


재계 서열 1위, 미디어 장악, AC밀란 전 구단주, 망언 제조기. 이 모든 별명을 얻은 이탈리아 최악의 이슈 메이커이자 전 총리인 실비오(토니 세르빌로 분). 그는 정치 스캔들에 연루돼 총리직에서 사퇴한 뒤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개인 별장에 머무른다. 그는 그곳에서 소원해진 아내 베로니카(엘레나 소피아 리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인다.
연예 기획자 세르조 모라(리카르도 스카마르치오)는 실비오 권력을 통해 업계 거물 또는 그 이상이 되겠다는 꿈을 꾸며 그에게 접근한다. 실비오의 주의를 끌 만한 여성들을 스카우트해서 그의 저택에서 가까운 별장에서 매일 초호화 파티를 연다.
아름다움을 다룬 '그레이트 뷰티', 젊음을 다룬 '유스'와 함께 소렌티노 감독 인생 3부작으로 불리는 '그때 그들'은 욕망을 주제로 한다. 실비오와 세르조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폭주한다.
여자(또는 성욕), 마약, 돈, 권력 등 아주 날것의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은 유려하며 상징적인 동시에 매우 느리다.
영화에 드러나는 욕망은 적나라하다.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여성들은 나체로 춤을 춘다. 선정적인 파티 장면이 계속된다. 그러나 영화가 견지하는 시선은 관조적이나 비판적이지 않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고속촬영 화면과 파티를 즐기다가도 끝내 지쳐 보이는 등장인물들 얼굴을 통해 허무함을 그린다.


감독이 실비오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는 후반부가 다 돼서야 알 수 있다. 욕망은 끝이 없고 그 욕망을 좇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공허함이라는 것이다.
실비오가 계속 보여주는 작위적인 미소는 역설적이게도 그의 허무함과 공허함을 보여준다. 다만 이 주제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느리고 다소 불친절하다. 상영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지나도록 실비오는 모습조차 나타내지 않는다.
실비오 정원에는 장난감 성, 화산 모형, 회전목마 등이 늘어서 있다. 정원과는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작고 조악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실비오의 여자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통해 그의 왕국이 껍데기뿐임을 드러낸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은 "누구에게나 있는 두려움을 다룬 영화"라며 "변두리 지역에 남겨지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뒤처진다는 두려움 등을 극복하기 위해 윤리를 포기하는 비도덕적인 생각이 하나의 규범이 되는 사회적 모습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청소년 관람 불가.

dy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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