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허물 감춘 법원…법원장이 직접 수사기밀 빼돌려 '방어'
서울서부지법 직원비리 사건 무마 의혹
영장판사 불러 "압수영장 발부 왜 보고 안했냐" 질책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부산 법조비리' 사건을 무마하려 한 양승태 사법부가 서울서부지법 직원들이 연루된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확대를 저지하려 적극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제 허물'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 법원장까지 나서 검찰 수사 기밀을 빼돌린 점이 포착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검사)이 5일 불구속기소 한 전·현직 법관 10명 중에는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이 포함됐다.
그가 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8월께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집행관사무소 소속 직원 10명이 강제집행 과정에서 노무 인원을 부풀려 청구하고, 인건비를 가로챈 정황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수사가 시작되자 이 전 법원장은 법원행정처와 협의를 거쳐 수사 상황을 철저히 점검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관련자들을 법원으로 불러 검찰이 확보한 증거,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 수사 계획 등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가 8차례에 걸쳐 수사 관련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 사실이 누설돼 피의자가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검찰이 서울서부지법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이 전 법원장은 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판사를 법원장실로 불러 왜 보고하지 않았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질책을 받은 영장전담판사는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접수 사실과 심사 결과, 검찰 수사 기밀을 당시 서부지법 기획법관이던 나모 판사에게 전달하는 한편 영장 심사를 더 엄격하게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전 법원장은 검찰 수사 상황을 수집한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했고,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 사무국장들에게 이메일로 검찰 수사 상황을 전파해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
양승태 사법부가 법원 비리 수사를 무마하려 한 점이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이 2016년 9월 부산법조 비리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상태다.
당시 부산고법에서는 건설업자 정모 씨의 뇌물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었는데, 법원행정처는 문모 부산고법 판사가 정씨에게 향응을 받고 재판 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검찰에서 통보받고도, 징계 대신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게 기소 요지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변론 재개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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