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녹턴 음반 낸 백건우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린 곡"
12일 마포아트센터 공연 시작으로 전국 투어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쇼팽은 큰 홀에서 연주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작은 살롱 같은 공간에서 자기 곡을 연주하고, 그것을 통해 진실한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했습니다. 쇼팽 연주를 봤던 이들은 때로는 그 연주가 너무도 조용해서 잘 안 들릴 정도였다고 말을 해요."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73)가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쇼팽 녹턴(야상곡) 전곡 음반을 발표했다.
백건우는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팽을 가장 가깝게 그려보고 싶어서 선택한 게 야상곡"이라고 설명했다.
21곡으로 이뤄진 녹턴은 작품마다 길이는 짧지만 쇼팽의 시적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력을 가득 담고 있다.
감성적이고 달콤한 살롱 음악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지만 백건우는 이 곡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많은 피아니스트가 쇼팽의 야상곡이라고 하면 '참 예쁜 곡',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라고 말해요. 그러나 전 이 곡이 굉장히 깊이가 있는 곡이라고 봐요. 자세히 들어보면 그 안에 들어있는 많은 드라마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특히 젊은 시절부터 쇼팽을 연주했지만, 최근에서야 '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쇼팽이 외로웠던 사람이었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조국을 떠나 있었고 몸도 아팠습니다. 사랑도 그리 성공적인 편은 아녔고, 금전적으로도 그리 여유 있지는 않았고요. 쇼팽 곡이라고 다 조용하지 않아요. 쓰라림을 표현하기도, 울분을 터트리기도, 자기가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꿈꾸기도 하죠."
그는 작년 9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일주일에 걸쳐 이 음반을 녹음했다.
"녹턴이 지닌 소리, 즉 무리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울리는 소리,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 힘을 안 줘도 빛을 발하는 소리를 만드는 것이 첫 숙제였습니다. 초반에는 날이 흐려서 피아노에서 침체한 소리가 났지만, 날이 갈수록 해가 났고 그제야 피아노에서도 햇빛이 나는 것 같은 소리가 났어요."
그의 쇼팽을 무대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2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시작되는 순회공연에서 그는 쇼팽의 4·5·7·10·13·16번과 즉흥곡 2번, 환상 폴로네이즈, 왈츠 1·4·11번, 발라드 1번을 연주한다. 이번 투어는 서울을 비롯해 군포, 여주, 대구, 안산 등 총 11개 도시에서 진행된다.
다만 이날 간담회 자리에는 백건우와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며 '비서' 역할을 자처하는 아내이자 영화배우 윤정희(75)가 눈에 띄지 않았다.
백건우는 "조금 몸이 아프다"며 "많은 분도 그렇겠지만 당뇨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70대 중반을 향하고 있지만 "음반에 집중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연주는 그 시간에 끝나지만 녹음은 영원히 남습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을 정성껏 준비해서 하나씩 전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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