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더 낮추자'…반도체 1분기 실적 기대치 줄하향 조짐(종합)
시장 예상치 168억달러…3월 한달간 76억달러 매출 올려야 가능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올해 1분기(1∼3월)가 절반 이상 지나면서 1분기 반도체 실적의 '어닝쇼크'에 대한 불안감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반도체 업황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일찌감치 나온 상태지만 기업들의 1분기 반도체 관련 실적이 예상보다도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2월 수출 동향을 발표하자 1분기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관련 실적이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시장의 기대치마저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액을 합친 규모와 엇비슷하다. 작년 4분기에도 정부가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23억2천만 달러)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액 합계(22억6천만 달러)가 유사했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은 삼성전자 12조1천억원, SK하이닉스 6조9천억원을 합친 19조원(약 168억6천만 달러) 규모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합친 2월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4.8% 감소한 67억7천만 달러였다.
아직 2월 메모리와 비메모리 수출액이 구분돼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자업계는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은 비메모리 수출액 흐름을 바탕으로 2월 메모리 수출액을 추산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15년 내 전월 대비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이 가장 크게 줄었던 감소율(-13.9%)을 1월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액(26억6천만 달러)에 적용했다.
2월 메모리 수출액을 최대한 공격적으로 추산하기 위해 비메모리 수출액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출한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2월 비메모리 수출액 예상치(22억9천만 달러)를 2월 전체 반도체 수출액(67억7천만 달러)에서 빼면, 2월 메모리 수출액 예상치는 약 45억 달러다.
1월 메모리 반도체 실제 수출액은 47억6천만 달러였고, 결과적으로 1∼2월 누적 반도체 수출액 예상치는 92억6천만 달러가 된다.
결국 시장의 기대치(168억6천만 달러)를 충족하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월 한 달에만 76억 달러 이상의 메모리 매출액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년간 3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이 2월 대비 가장 크게 늘어난 증가 폭은 30%였다"며 "이번 달에 지난달 대비 무려 69% 증가하는 수출이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다.
미래에셋증권도 "결국 삼성전자 실적의 관건은 반도체이지만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급반등하기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1분기의 경우도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 회복 지연으로 반도체 부문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가 현재 예측한 삼성전자의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은 8조1천500억원(반도체 부문 약 4조9천30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반 토막(약 48%) 수준이다.
KB증권도 "기존 예상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는 D램과 낸드의 가격 전망을 반영해야 한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를 32조9천억원으로 기존보다 12.7% 하향 조정했다.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해선 "D램과 낸드의 비트그로스(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율)가 각각 3% 감소하는데 그치지만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예상보다 커졌다"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5조원을 포함해 전사 영업이익이 8조원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사업만을 영위하는 SK하이닉스는 실적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1분기 낸드 사업 영업손실이 3천5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늘어나고 D램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63% 줄어든 1조7천억원으로 추정, SK하이닉스 1분기 전사 영업이익이 약 1조3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년 전보다는 70%, 전 분기보다도 70.5% 급감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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