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관대한 태국 문화 충격…키르기스스탄서 男화장 금물"
전 세계에 한류 전파한 세종학당 문화 인턴 4인 인터뷰②
"음식·기후·교육 환경 달라 고생해도 소중한 경험"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짧게는 5개월, 길게는 10개월간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알리고 온 세종학당재단 문화 인턴들은 활동 기간 발생한 각종 에피소드를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로 파견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콜롬비아 보고타로 가야금을 가르치러 간다고 하니 친구들이 마약의 나라로 가는 거냐고 걱정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어느 곳이나 사람 사는 곳이고 거기서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않으면 된다'고 응원해주셔서 불안보다 설렘이 더 컸죠"(윤빛나)
"몽골에 간다고 하니 다들 드넓은 초원만 생각하며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슨 케이팝을 가르치냐'고 했죠. 정말 몽골은 너무 추웠어요. 영하 35도까지 내려가서 5분 이상 걸어 다닐 수가 없죠. 하지만 울란바토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정말 많아요. 막상 가보니 익숙한 간판이 많아 친숙한 느낌도 들었어요"(이진호)
"키르기스스탄은 고기를 많이 먹는데 음식이 다들 짜고 기름져요. '음식에 소금을 일부러 쏟았나' 할 정도로요. 현지인이 즐겨 먹는 짭짤한 요구르트가 있는데 그곳 사람들은 그 요구르트에 소금을 또 넣어 먹더라고요"(노승찬)
사실 이들을 제대로 괴롭힌 요소는 따로 있었다. 바로 문화 차이다. 청년들은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찔한 경험을 한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태국은 성 소수자에 대해 관대한 나라예요. 성 소수자 분류도 수십 가지에 달하고요. 남자인데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도 놀라는 사람이 없어요. '마음이 여자이기 때문에'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죠. 파견 초반에 한 수강생과 점심을 먹다가 성 소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길래 다소 부정적으로 대답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반 학생 중에 성 소수자가 있었고 그 학생이 제가 한 말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더라고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어요"(배수영)
"키르기스스탄이 CIS(옛 소련에 속한 독립국가연합)라 사회주의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고 성 역할 구분이 뚜렷해요. 날씨가 정말 춥고 건조한데 남자들이 립밤도 바르지 않아요.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나는 게 남자답다'고 다들 생각하거든요. 남자가 얼굴에 비비크림을 발랐는데 이걸 본 현지인들이 거리에서 시비를 건 적도 있었다고 들었어요"(노승찬)
때로는 외롭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도 했지만, 문화 인턴들은 외국인과 나눈 진정한 교류를 평생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고 전했다.
"파견 기간 몽골에서 하는 가장 큰 한인 행사인 '한국 문화의 날'에 참여했어요. 음향, 조명 담당 스태프로 일하면서 수강생들과 함께 케이팝 댄스 공연에도 참여했죠.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셨어요.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거 같아 기분 좋았죠"(이진호)
"외국인들이 생각하지도 않은 질문을 할 때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머리에 꽂는 뒤꽂이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직접 학생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찾아와서 '우리가 만드는 뒤꽂이랑 디자인이 다른 게 많다'며 저에게 보여주더라고요. 흥미를 느끼고 스스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인 거죠"(윤빛나)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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