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언론 "하노이서 '검은 연기'…북미, 큰 기회 날려"
라레푸블리카 "예견된 결과"…코리에레델라세라 "협상 복귀 쉽지 않을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언론은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난 소식을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했다.
뉴스통신 ANSA는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어떤 합의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검은 연기'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시 교황이 선출되면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흰 연기가,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에서 나온 표현으로, 어떤 일이 소득 없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ANSA는 제재 해제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합의가 성사되지 못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러나 향후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노이 현지에 특파원을 파견한 라레푸블리카는 "1년 전 시작돼 역사적인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을 거쳐 온 북미 간 해빙의 여정이 안팎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중단됐다"면서도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대화를 계속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소소한 겉치레식 합의를 내다봤었다"며 회담 결렬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회담이 갑작스레 결렬된 전례로 1986년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간의 미·소 정상회담을 꼽았다.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가 제시한 군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왔고, 추후 소련 측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신문은 "미국은 압박이 김정은 위원장을 굴복시킬 것이라고 믿지만, 편집증적인 국가의 젊은 독재자를 상대로는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협상에 반대하는 평양의 상당수 엘리트 인사들에게 이번 실패에 대해 알려야 한다"며 "그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지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코리에레델라세라도 하노이발 기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오랜 외교적 준비에도 불구하고, 모든 예상을 비껴간 채 극적인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의 개인적인 위신이 흠집났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전직 변호사의 폭로로 국내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한 데 이어, 외교 정책에서도 구멍을 노출한 채 워싱턴에 복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라는 매우 다른 체제에 돌아가서 이번 일을 설명할 때 핵무기의 방어에 있어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음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신문은 "중대한 기회가 허비됐고, 다시 협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가 자위와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임을 알고 있고, 미국의 경우 2020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어 양측이 외교를 통해 협상 테이블에 조속히 복귀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아울러 중국의 태도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면서 "중국은 하노이 담판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렸던 '베트남처럼 번영하는 북한'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는 편을 좋아할지도 모른다. 중국은 수년 동안 자국 국경에 친미적이고, 남한과 가까운 국가가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밑으로 노력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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