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담판 결렬] 中전문가들 "한국의 중재 역할 중요해져"(종합)
"중국도 북미 중재자 역할 노릴 수도…북중 밀월 강화될 듯"
(베이징·선양=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김진방 차병섭 특파원 =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중국의 전문가는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정법대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이대로 간다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깨지는 국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교수는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 리스트 제출과 영변 핵시설 및 이외 지역에 대한 사찰과 폐기를 요구했으며, 북한도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해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이 이뤄졌을 때 적어도 최소 한두 개 정도 빼놓고는 하노이 선언 초안이 작성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 핵심 문제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거 같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을 넘지는 않았다"면서 "북미 간 접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결국 한국이 중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이 한발씩 양보할 수 있도록 한국이 노력해야 하며 그 역할을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회담이 결렬됐지만, 북미 간 대화 분위기를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북한 입장을 수렴해 미국 방문을 타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문 교수는 "중국 또한 한국처럼 북미 간에 중재자 역할을 해보려고 하겠지만 미국과 북한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면서 "북미회담 결렬로 당장 김 위원장의 귀국길에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작아지겠지만 북한이 미국 견제를 위해 향후 중국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옥경 허난사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회담은 북미 양국 모두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지지도 하락을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성과로 만회해보려 했는데 뜻대로 안 됐다"고 밝혔다.
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어 내년에 더 큰 선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한 발 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이번 회담에서 무리하게 경제 제재 완화를 요구해 협상 결렬을 가져온 것 같다"면서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이 아니라 잠정 연기됐다고 봐야 하며 양측이 지속적인 협상을 할 경우 차기 회담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많은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완전히 실패한 협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양측은 비핵화의 구체적 단계에서 큰 견해차가 있어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연락사무소 설치나 종전협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모든 제재의 해제를 원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북한이 그렇게 제기했다고 볼 수 없다.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요구하는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에 대해 "북한이 더 큰 행동을 하면 제재도 더 많이 해제돼야 합리적"이라면서 "평화적 회담 방식은 여전히 있으므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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